우리는 각자 이름으로 불릴 때도 있고, 집에서는 엄마나 아빠 같은 호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직급으로 불리곤 하는데요, 누구든지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호칭이 또 있습니다. 바로 '고객님'입니다.
카페나 식당, 미용실에서 직원들은 반갑게 웃는 모습으로 꼭 도레미파 '솔'음정에 맞춰서 '고객님'하며 우리를 맞아주는데요, 그 친절이 늘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마음이 불편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김아영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김 기자는 이른바 '감정 노동자'들을 마주하면 자신의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하루 온종일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대하며 즐겁게 놀아줘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일하는 동안만큼은 지금껏 지어본 적 없는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마치 하루 분량의 감정을 일터에서 다 소진한 것처럼 무표정에 입에는 지퍼를 잠근 듯 별말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리가 마주치는 백화점 점원이나 레스토랑 서버, 마트의 청년들도 퇴근 후에는 고단함에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입을 닫아버릴지도 모릅니다.
감정에도 총량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이들 감정 노동자가 보유한 잔여 감정은 고객에게 쓰여진 만큼 줄어들 테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만큼 우리도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감정을 과소비하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이나 친구, 이웃에게 사용할 감정까지 빚을 내서 소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동네 슈퍼마켓 아주머니처럼 과도한 꾸밈 없이 일상적인 말투로 툭툭 내뱉듯 응대해주는 태도가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얼마 전 인천의 한 귀금속 매장에서 직원 두 명이 고객 앞에 무릎을 꿇은 영상이 공개됐었죠. 처음엔 고객이 시켰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서 직원들이 스스로 무릎을 꿇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나라 감정 노동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 10명 중 서너 명꼴이어서 우리 주변에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감정노동자가 적어도 1명 이상 있을 확률은 굉장히 높은데요, 이들에게 조금은 덜 친절해도 되는 분위기가 허락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친절이 강요될수록 우리가 겪는 어딘지 모를 불편함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