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58)가 시카고 남부의 총기 폭력 실태를 알리기 위해 만든 영화 '시라크'(Chi-Raq) 개봉을 앞두고 표절 시비에 휩싸였습니다.
시라크는 아마존이 극장 개봉용 영화를 한 달에 한 편꼴로 자체 제작한다는 계획에 따른 첫 작품으로 지난 4일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2003년 개봉작 '마이애미 테일'(A Miami Tail)의 제작자인 로데릭 파월이 리 감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파월은 "'시라크'는 본질적으로 '마이애미 테일'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며 "무대를 시카고로 바꾸고, 제목을 다르게 붙였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이러닉하게도 '마이애미 테일'의 시나리오 작가 콜린 코스텔로와 스테프니 조든이 시카고 출신"이라면서 "구성과 인물, 영화 분위기와 느낌 모든 것이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2003년 당시 마이애미 상황이 현재의 시카고와 유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작품은 모두 아리스토파네스가 기원전 411년에 쓴 고대 그리스 희곡 '리시스트라테'(Lysistrata)의 현대판입니다.
리시스트라테는 펠레폰네소스 전쟁 당시 그리스 기혼 여성들이 남편과의 동침을 거부하는 것으로 반전 시위를 벌여 전쟁 중단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라크'와 '마이애미 테일'은 힙합문화가 자리잡은 21세기 미국 도시로 그 배경을 옮겼다.
두 영화 모두 흑인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켜 총기 폭력 중단을 호소하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파월은 "'마이애미 테일'은 도시 컬트의 고전"이라며 "특정 인종(흑인)에게는 잘 알려진 영화이고, 언더그라운드계에서는 나름 히트도 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이애미 테일'이 지금도 유료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적재산권법 전문가인 시카고대학 법대 조너선 매서 교수는 "파월 측에서는 리 감독이 아이디어를 훔쳐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저작권 침해 주장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누구라도 자신의 예술작품을 지킬 권리가 있고, 동시에 '마이애미 테일' 홍보에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파월은 아직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지는 않았다면서 "예고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혹시 몰라 기다리고 있다. 치밀하게 분석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리 감독은 내가 영화 제작자가 되는데 영향을 미친 인물이고 내 우상 중 한 명이다. 이 문제를 법정 싸움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다"며 "리 감독 측과 원칙에 관한 우호적인 대화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라크'는 다음달 4일부터 15일까지 '제한 상영' 방식으로 개봉하며, 곧이어 아마존 비디오에서 유통될 예정입니다.
리 감독은 인종차별과 흑인 정체성 문제에 관심을 두고 '똑바로 살아라'(1989), '정글의 열기'(1991), '말콤 엑스'(1992)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2013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해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