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와 휴대전화 서비스업체들에 이용자들의 지난 1년간 웹사이트 방문기록을 보관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수사권강화법안'(Investigatory Powers Bill) 초안을 공개했다고 BBC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애초 내무부는 2년 전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전 세계를 향한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통신감시 활동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정보기관들의 온라인 공간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관련 법안 정비 차원에서 입법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 정보통신본부(GCHQ), 국내정보국(MI5), 해외정보국(MI6) 등 정보기관들이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세력의 테러 위협이 커졌다고 강조하면서 사이버 공간 수사권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날 공개된 초안은 사생활 침해와 수사권 강화라는 가치의 충돌 사이에서 영국 정부가 선택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초안에 따르면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와 휴대전화 서비스업체들은 이용자들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12개월 동안 보관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해 열어본 페이지들이나 입력한 검색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보기관들과 경찰은 별다른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이들에게 인터넷 접속 기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메이 장관은 '인터넷 접속 기록'은 전화요금 고지서에 적혀 나오는 통화내역과 같은 것일 뿐이라고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초안은 통신 또는 온라인상 대화나 메시지 내용까지 들여다볼 때에는 기존의 내무부 장관 승인 이외에 추가 '안전장치'를 뒀다.
퇴직 판사 1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내무부 장관이 감청 승인을 내리기 전 해당 감청이 꼭 필요한지를 살펴 거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일간 가디언은 초안은 이 안전장치가 "시급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긴박한 경우에는 위원회 승인 없이 감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초안은 국가안보나 중대 범죄 차단 및 경제적 복지를 목적으로 정보기관들이 개인들의 대화와 다른 개인정보들을 '대규모 수집(bulk collection)'할 수 있는 권한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동시에 정보기관들의 '장비 개입 권한'도 명문화했다.
이는 정보기관들이 개별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해킹해 그 안에 저장된 모든 문서와 사진, 통신 내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내부에 특정 소프트웨어를 심어 통화를 도청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메이 장관은 "우리를 해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정신을 악에 물들게 하고, 증오를 퍼트리려는 자들에게 피난처가 될 사이버공간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수사권한 범위는 명확하게 제시돼야 하고, '가장 침해적인 수사권' 승인에 대한 이중 장치를 포함해 엄격한 세이프가드(안전장치)와 철저한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기관들과 경찰은 이들 수사권한은 테러 혐의자와 조직범죄자들, 학대·착취·유괴 등의 수사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고한 일반인들의 온라인 활동 내역까지 수집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게 핵심 쟁점이다.
BBC는 법안은 상하원 논의를 거쳐 내년에 최종 입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