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어제죠.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얼마 전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의 항의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야 했던 백화점 직원들의 경우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산재인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 종사자와 현장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고요. 이어서 실질적인 대책과 관련해 전문가와 대담 이어가겠습니다. 먼저 감정노동 종사자 한 분과 전화 연결할 텐데요. 익명으로 진행된다는 점 양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어렵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현재 어느 업종에서 일하고 계세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백화점 고객 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백화점 고객 지원팀이요. 근무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근무한 지는 20년 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20년이면 베테랑 직원이신데. 하루에 많으면 얼마나 많은 전화를 받으세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하루에 100통 이상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00통 이상. 고충이 여러 가지로 많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20년 넘게 이 일을 해오셨으니까 들을 말 안 들을 말 다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네 그렇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심지어 제 이름을 물어보면서 저를 찾아와 죽이겠다고 협박했던 무서운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럴 때는 섬뜩하시겠어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그때는 정말 등골이 오싹하면서 심장이 덜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이야기 들을 때 당연히 이 일을 어떻게 하나, 어떻게 이런 일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고요. 모욕감을 주는 고객들도 꽤 있었을 것 같은데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종’이라는 이런 말도 들은 적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말을 어떻게 하는 건가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욕을 섞어가면서 하죠. 종년이라는 단어도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고객지원팀에 전화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네
▷ 한수진/사회자: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글쎄요.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나 봐요. 고객을 응대하는 파트 직원들을.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말할 때 가만히 있으셨어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예전에는 회사 내에 매뉴얼화 되어 있다든지 그런 게 없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 자체가 없었군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그런 경우에도 무조건 참아라, 참아야 한다?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그렇죠. 고객님 전화 끊을 때까지 계속 기다렸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계속 모욕적인 이야기를 하고. 욕이잖아요. 종. 완전히 하인으로 생각한다 거의 이런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걸 듣고 있어라, 참아라. 그런 전화를 짧게 하진 않잖아요, 보통?
▶ 감정노동자 사례자:
길게 하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요. 아침부터 퇴근시간 될 때까지 수차례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함께 일하는 다른 분들도 거의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외는 없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근무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되면 전화벨이 울리면 몸이 움츠려든다거나 자동적으로
▶ 감정노동자 사례자:
전화를 받는 순간 고객의 말투나 그런 것 때문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경우도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 어려움을 회사측에 토로를 하면 어떤 반응이 주로 나오는 건가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사실 회사에서도 회사도 고객 앞에서는 힘이 없어요. 제가 느낀 바로는 그렇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일을 20년 넘게 하시려면 어떻게 푸셨을까 싶기도 하네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웃음)
▷ 한수진/사회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힘들 때도 많을 텐데 어떻게 감당하셨을까요? 어떻게 푸셨어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중간에 종교가 바뀌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종교를 바꿨어요? 그래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면 몸으로도 오고 마음으로도 오는 거 아니겠어요. 병으로 오는 거죠.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그렇습니다. 제가 많이 어려울 때는 몸이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도 몸에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 몸이 아파오고 해서 그나마 여러 가지 찾아 다니면서 명상으로 건강을 유지했었던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은 세월이 꽤 흐르지 않았습니까. 어떤가요. 그러면 일부 고객 이런 소위 진상 고객의 폭력에 대해서 단단해지시나요? 아니면 여전히 힘드세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닥치는 순간에는 굉장히 많이 어렵습니다, 사실.
▷ 한수진/사회자:
여전히 힘들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그럼요.
▷ 한수진/사회자:
어제 정부가 이른바 고객 갑질에 우울증 앓는 감정노동자들도 산재 혜택을 받게 하는 개정안을 냈는데 이런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이런 법안은 솔직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너무 늦었다 하는 말씀이신가요?
▶ 감정노동자 사례자:
그렇죠. 산업재해로 인정한다는 것은 이미 다쳤을 때 그걸 보호해주겠다는 건데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방이 더 필요하다.
▶ 감정노동자 사례자: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정노동자 사례자: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계속해서 감정노동네트워크 이성종 집행위원장과 감정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련된 대책, 좀 더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위원장님 나와 계신가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앞서 감정노동자 한분과 말씀 나눴는데 정말 고충이 말이 아닌 것 같고요. 그나마 이분은 버텨내고 계신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죠?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서비스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직종들이 많은데요. 대부분 고객 응대 업무를 하고 있는 직업에서 이런 유사한 사례 경험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고요. 특히 사례자처럼 고객 응대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하는 콜센터나 텔레마케터 이런 업종의 경우에는 성희롱을 포함한 언어폭력 이런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현장에서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사실 이런 사건들이 발생해도 언론 쪽에 노출이 안 되고 하는 것은 기업들이 이런 사건을 쉬쉬하고 덮으려고 하는 관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드러나는 사안은 그야말로 극히 소수겠죠.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이 바라는 건 산재혜택까지 받을 일 없으면 하는 직장일 텐데요.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고요. 정부가 어제 관련한 개정안을 발표했는데요. 핵심 내용을 정리를 해볼까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산업재해는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이 생겼을 때 우리가 보상하는 제도인데요. 그동안에는 업무는 사고 중심으로 해서 산업재해를 많이 인정하고 했었는데요. 이제는 업무상 질병 부분도 산업재해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도만 업무상 질병 기준에 명시가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적응 장애하고 우울증까지 확대해서 포함하는 걸 명시해서 앞으로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 이걸로 인한 정신과적 증상이나 질병들에 대해서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적응 장애, 우울증 이게 다른 거죠?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비슷한 개념이기도 한데요. 보통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충격을 받을만한 경험을 한 분들이 겪을 수 있는 증상들인데 이거 말고도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나 대인기피증 이런 게 많습니다 많은데. 어쨌든 그동안은 인정이 잘 안 돼 왔던 과정이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동안은 외상 후 스트레스만 인정이 됐었는데 이번에 적응 장애, 우울증도 적용이 됐다 이런 말씀이시고요. 우울증의 경우에 산재가 어떻게 인정이 될 수 있을까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어쨌든 업무상 질병이기 때문에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관련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서 그것을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든 아니면 본인이 신청해도 관계 없는데요. 어쨌든 업무상 기인한 질병이다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신청이 돼도 근로복지공단에 각 지역에 질병판정위원회가 있는데요. 판정위원회에서 이게 업무상 질병이 맞느냐 하는 것을 따져봐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까다롭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법 개정을 시행되고 해서 예전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하지만 여전히 인정받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가령 최근에 갑질 고객에게 무릎 사과를 한 백화점 직원들도 산재 적용을 100% 받을 수 있게 되는 건가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급성적으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일상적으로 본인이 다른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긴 것인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바로 적용이 된다 단정하기에는 어렵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개정안 통과로 산재 인정받게 될 감정노동자들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세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결과한 것을 보면 감정노동자 숫자가 전국적으로 800만 명 안팎인데요. 이게 시행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확률은 높아졌지만 아직 시행 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가 이번 입법 예고로 인해서 도움을 받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게 언제부터 시행이 되는 거죠?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입법 예고를 했기 때문에 의견을 받는 기간이 필요하구요, 내년이면 시행이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런 제도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하는 지적도 많은데 위원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대책 마련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에서 우선적으로 나서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사례자의 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이 보통 고객들에게 친절을 요구하고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이런 내용의 서비스 지침을 만들어서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감정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기업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렇게 해서 감정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그런 과정으로 조속히 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앞에서 감정노동 종사자분도 그 말씀 하셨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하냐, 예방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위원장님도 똑같은 생각이시군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예방 활동에 나서달라.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정노동네트워크 이성종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