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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혔던 사진 한 장. 지난 9월 터키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아이,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입니다.
'누가 이 어린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전 세계가 분노했고, 각국 정상이 애도를 표하며 난민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날 이후, 석 달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그 석 달 동안에도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쿠르디처럼 살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다가 물에 빠져 숨진 어린아이들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77명이나 된다고 국제이주기구가 밝혔습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동안, 자국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는 동안,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다에 빠져 숨을 거뒀습니다.
난민을 막기 위해 유럽에 설치되었거나 설치되고 있는 장벽은 10여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넘기 어려운 장벽은 따로 있습니다. 심리적 장벽입니다. 쿠르디의 죽음으로 한때 허물어진 듯 보였던 마음의 장벽이 다시 더 높이, 더 두껍게 세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이민정서가 강해지면서 폴란드, 포르투갈,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우파세력이 선거 승리를 거뒀고, 유럽 다른 국가에도 이런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쿠르디의 모습이 희미해지는 동안 또 다른 쿠르디가 나오는 것을 막자는 목소리가 사그라지는 동안, 유럽 곳곳에 난민 유입을 막는 장벽이 세워지는 동안, 아이 77명이 또 지중해에 빠져 싸늘한 시신이 된 겁니다.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어야지 이 끔찍한 상황이 종식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많은 난민 아이들이, 어쩌면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차가운 바다를 건너려고 할 겁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쿠르디와 77명의 아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