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 날밤. 인제 필례 계곡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10년 전인 2005년 10월 27일 낮 12시 30분 강원 인제군 인제읍 귀둔리 필례 계곡 인근.
설악산의 끝 자락으로 가을 단풍이 곱기로 소문난 이곳에서 관광객 A(당시 45세)씨는 단풍이 절정을 이룬 가을 산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울긋불긋 단풍 길을 따라 필례계곡 인근의 '미령교' 아래 하천에 다다른 A씨는 뭔가 흰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다가간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흰 물체는 다름 아닌 여성의 알몸 시신이었습니다.
시신은 발목이 잠길까 말까 할 정도의 얕은 하천에 엎드린 상태였습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A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의 신원 확인 결과 일주일 전인 그해 10월 21일 실종 신고된 김 모(당시 20세·여)씨로 확인됐습니다.
10년째 미제로 남아 있는 '인제 필례계곡 20대 여성 알몸 변사체' 사건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인은 머리 부위 손상이었습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아 숨진 채 유기됐거나, 누군가에 의해 10여m 높이의 미령교에서 떠밀려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김 씨는 실종 당일 오후 9시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행적이 사라졌습니다.
그녀는 왜 양양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모습을 감추고 나서 일주일 만에 30∼40㎞가량 떨어진 인제 필례계곡 인근 미령교 아래에서 알몸 변사체로 발견됐을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평소 인터넷 채팅을 즐겼고 이성관계가 다소 복잡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용의점은 자연스럽게 김 씨 주변의 남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치정이나 원한 관계에 무게를 둔 것입니다.
그러나 용의 선상에 오른 남성들은 모두 나름의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김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용도 확인했지만, 실종 당일 행적 추적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한 달 전부터 요금 미납으로 휴대전화 이용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쉽게 풀릴 듯했던 경찰 수사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 무렵 경찰은 김 씨의 인터넷 채팅 접속기록 중에서 단서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김 씨는 일명 '버디버디'라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실종 당일 한 남성을 만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 씨의 친한 언니이자 마지막 목격자인 B씨는 경찰에서 "실종 당일 김 씨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당시 김 씨가 'PC방에서 누군가를 만난다'고 했다"라며 "김 씨를 차량에 태워 양양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내려줬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만나기로 한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남성은 '김 씨를 만나기로 한 것은 사실이나 결국 실종 당일에 만나지 못했다'라고 진술했고 조사결과 알리바이도 확실했습니다.
이후 경찰의 수사는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그 누구도 용의 선상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 2009년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사건의 관련성 여부도 관심이 쏠렸으나 별다른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이렇다 할 단서조차 찾지 못한 채 10년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당시의 수사팀 관계자는 "얼마 전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으로 이 사건의 범인도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끝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한 단서가 그리 많지 않아 재수사는 쉽지 않을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당시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그리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양양에서 종적을 감춘 피해 여성이 인제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30∼40㎞의 이동 과정을 초동 수사에서 풀어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고 회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