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리아를 탈출한 쿠르드 난민 한 가족이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서 50일째 먹고 자면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최효안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창가에 빨래가 널려 있고, 수북이 쌓아 놓은 짐 옆엔 아이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막 이사 온 집 같지만, 집이 아닌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세레메티예보 국제 공항입니다.
[레나스/시리아 난민 : 우리 가족은 시리아에서 왔습니다. 우리는 이곳 공항에서 살고 있어요. (이렇게 힘겹게 사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부부와 4명의 아이들은 참혹한 내전을 피해 시리아에서 탈출한 쿠르드족 난민입니다. 지난달 10일 모스크바에 도착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들 가족의 비자가 가짜라며,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산 모하메드/시리아 난민 : (러시아 정부는) 우리에게 '유럽으로 가라, 여기 왜 왔냐, 이곳은 너희를 위해서 해줄 것이 없다'고 비인도적으로 말했습니다.]
세수와 빨래는 공항 화장실을, 끼니는 유니세프가 가져다 주는 음식으로 해결하지만, 밤이 되면 몰려오는 추위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레나스/시리아 난민 : 여기는 잠을 자든, 앉아 있든 너무나 추워요.]
가장인 하산씨는 러시아 정부가 동맹 관계인 시리아 정부를 의식해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숨이 위협받지 않는 곳에서 삶이 유일한 소망인 이 가족은 오늘도 이역만리 타국 공항에서 기약없는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산 모하메드/시리아 난민 : 전쟁을 피해서 탈출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렇게 비정할 수 있나요? 저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