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전이 된 드라마 <가을동화>에 나왔던 대사입니다. 돈을 주고서라도 사랑을 받아내겠다는 이 말 속에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과 애틋함이 느껴지는데요,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깔려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죠.
하지만 이로부터 15년이 지난 요즘, 너도나도 원빈이 된 것 같습니다. 얼마면 되냐는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으며 사람도, 관계도, 느낌마저 돈으로 사고 있습니다. 한상우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각종 역할 대행 서비스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머릿수 채우기 용도의 결혼식 하객 대행 서비스 정도가 있었다면, 지금은 여자친구 남자친구부터 상견례에 대신 나가줄 부모 대행 서비스까지 의뢰인이 역할과 각본만 정해주면 그대로 충실히 연기해주는 대행 서비스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형식만 갖춰주는 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의뢰인이 주문한 대사를 하고 분위기를 연출해줌으로써 연인 간의 풋풋한 설렘을 재연해주기도 하고, 헤어진 애인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 주기도 하는 등 감성적인 만족까지 제공하는 게 특징입니다.
심지어, 권태기에 빠진 오래된 남자친구에게서 질투심을 자아내기 위해 20만 원가량의 비용으로 잠시 훤칠한 훈남을 빌리기도 합니다.
데이트 중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꾸며 일부러 친근하게 행동하거나 길거리에서 이른바 '헌팅'을 하게끔 시나리오를 미리 맞추는 겁니다.
이 밖에도 소심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들을 위해 대신 욕하고 따져주는 서비스도 있어서, 돈을 주고 내가 원하는 경험을 얻을 뿐 아니라 내가 피하고 싶은 불편한 일은 남에게 떠넘기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황상민 교수/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심리적으로 자아가 약한 사람, 그렇지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은 강한 사람,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역할대행 서비스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되는 거죠.]
이런 서비스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는 있어도 현재로써는 딱히 규제가 없어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개척한 창조 경제의 일환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감정도 돈에 맡기는 메마른 현실로 봐야 할까요? 분명한 건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세분화해도 사람의 진심만큼은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