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제도 시행 이후 기존 노조를 탈퇴해 신설 노조에 가입하도록 직원들을 압박한 대형 병원 관계자들과 노무법인에 노조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순천향대 중앙의료원 노조가 정희연 전 의료원장 등 전·현직 의료원 관계자 12명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의료원에는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있었지만,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의료원 부속 4개 병원 가운데 3곳에 노조가 새로 설립됐습니다.
정 전 원장 등 병원 관계자 8명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기존 노조의 활동과 동향을 파악하고 노조 와해 방안과 신설 노조 설립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심 대표는 의료원과 계약해 이 문제에 관해 조언했습니다.
신설 노조 설립 이후 의료원 측은 중간관리자들을 통해 부속병원 직원들에게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신설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존 노조 탈퇴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기존 노조는 조합원이 지난 2011년 4월 25일 기준 2천353명에서 넉 달 만에 399명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신설 노조는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해 단체교섭권을 획득했습니다.
기존 노조는 의료원 측의 이런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정 전 원장 등을 상대로 1억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의료원 측은 "기존 노조가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지 못해 많은 조합원의 불만이 있었고, 그에 따라 근로자들이 신설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했을 뿐"이라며 부당노동행위와 손해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들의 개입을 고려하지 않고는 근로자들이 단기간에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신설 노조에 가입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조합원 감소에 따른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