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희팔 측근 강태용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 모(40) 전 경사가 혼자서 수사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하자 '꼬리자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정씨가 강씨 일당이 운영하던 다단계 업체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전 이들에게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중요 참고인 A씨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은 당시 조씨와 정씨 사기 사건을 수사한 수사 2계에 근무한 다른 경찰관도 조사했으나 추가 연루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전국을 무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던 조씨 등은 충남 서산경찰서에서 이미 자신들의 다단계 업체에 전방위 수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2008년 10월 당시 대구경찰청 수사 2계에 근무하던 정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뇌물 등으로 매수한 정씨에게 수사를 맡겨 중요 정보는 사전에 빼내는 등 이른바 '청탁수사' 형태로 결탁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 정씨는 압수수색 1년여 전인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강씨 측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습니다.
그러나 정씨가 이들에게 매수당한 혐의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수사 2계 내에서 말단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정씨 혼자서 이 같은 범행을 했다는 설명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특히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51) 전 총경은 수사2계의 압수수색영장 신청 전날인 2008년 10월 28일 조희팔에게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일 구속기소됐습니다.
그러나 정씨 범행과 관련이 있는지는 설명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구경찰청에 근무 중이던 정씨가 2008년 당시 금융당국에서 조희팔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뒤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부분에도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08년 4월 '조희팔이 (주)리브 등을 통해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며 거래내역을 경찰청에 통보했습니다.
경찰청은 같은 해 5월 말 이를 대구경찰청에 이첩했고 우연한 일치인지 알 수 없지만 사건은 정씨에게 배당됐습니다.
정씨는 그러나 수사에 제때 착수하지 않고 있다가 대구경찰청이 이듬해 6월 조씨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1년 넘게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본청에서 지방경찰청 말단 경찰관에게 공문을 바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봐도 상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정씨가 상부 기관에서 내려온 일종의 지시 사항을 상당기간 처리하지 않았고 상관들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정씨는 "당시 다른 업무가 바빠서 처리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경찰 역시 정씨가 이를 고의로 무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추가 관련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만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에도 정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의 뇌물수수 혐의에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를 추가해 2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경사부터 총경급까지 그동안 대구경찰청에 몸담은 전직 경찰관 5명이 사법처리된 상황에서 대구경찰청이 또다시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