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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나선 공정위 '과잉·불합리' 조사 논란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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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거액의 과징금이 걸린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무리한 제재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현장조사 절차가 명확지 않다거나 조사 담당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라는 등 피조사 기업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공정위가 21일 내놓은 '사건처리 3.0'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불합리한 조사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국제적 기준과 관행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사절차를 정비해 조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투명성과 공정성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 공정위의 '굴욕'…정유사 담합 과징금 2천548억 원 취소당해

올해 2월 공정위는 대법원에서 SK,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에 부과했던 2천548억원의 과징금을 취소당했다.

처벌을 피하려 정유사 담합을 자진신고한 GS칼텍스 직원의 진술이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6월에는 대법원에서 71억원의 과징금을 취소당했다.

이번엔 공정위 직원의 업무착오 때문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는데, 포스코ICT의 담합행위가 종료된 것은 2008년 11월 11일이었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통보서는 5년하고도 하루가 2013년 11월 12일에야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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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에게 올 들어 굴욕을 안긴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이렇게 사건처리 절차상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공정위의 불합리한 현장조사 관행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사 대상 업체는 불투명한 절차와 과잉조사, 공무원의 위압적인 태도로 인해 큰 부담을 겪으면서도 변호사 입회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사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조사자료가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않는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직권조사 사건의 경우 현장조사를 다녀와도 법위반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전산시스템에 등록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사건이 종결돼도 이를 모르는 다른 공정위 직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재차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허점이 생긴다.

이는 내사사건까지 모두 데이터 베이스 시스템에 올려놓는 검찰과 대비된다.

조사 착수 후 길게는 3∼4년씩 사건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인식을 토대로 지난 3월 정재찬 위원장 주재로 열린 간부 워크숍에서 사건처리 쇄신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그동안 피심인 방어권 보장이나 조사 절차의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정위는 이런 배경에서 피심인(공정위 심판을 받는 대상)의 방어 기회를 보장하는 심의속개제를 도입한 2004년 이후로 10여 년간 유지된 처리절차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간 재계·학계·법조계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을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국무조정실과 협업해 개혁방안인 '사건처리 3.0'을 마련했다.

◇ 국제기준 맞게 조사절차 정비…정당성·투명성 제고

사건처리 3.0의 핵심은 국제적 기준과 관행에 부합하도록 사건처리 절차를 정비해 심결 내용의 합리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업체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제기하는 것에 대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일부 기업이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으려고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내용을 자진신고하는 등 리니언시 제도가 악용되는 문제가 우선적인 개선 대상이다.

공정위는 감면신청이 들어오면 담합에 가담했다는 임직원을 의무적으로 심판정에 출석하도록 해 진술내용에 진실성이 있는지, 향후 예상되는 법정 다툼에서 확실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판단하기로 했다.

또 조사에서 심결, 소송에 이르기까지 사건을 처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을 시간순서대로 보존해 추후 활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모호했던 현장조사 절차는 한층 명확히 규정해 과잉조사를 차단할 방침이다.

또 업체가 원하면 조사 과정에 변호인을 입회시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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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사를 늦추거나 방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조사가 끝나면 담당 과장이 대상 업체에 전화해 애로사항을 듣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해피콜' 제도도 도입한다.

조사과정은 모두 꼼꼼히 기록하고, 자료 영치(領置)가 필요할 때는 해당 업체에 이유를 설명하고 영치조서를 교부한다.

직권조사 착수 여부와 처분·공소시효 만료일 등 사건 처리와 관련된 사항은 전산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조사가 시작된 후 사안 성격에 따라 6∼13개월 안에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도록 규정해 지연처리를 방지한다.

부득이하게 처리기간을 연장하려면 사무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 집행에 있어서 절차도 매우 중요하다"며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조사하지만 불필요한 부담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처장은 "2012∼2013년 공정위 패소율이 10% 정도 된다"며 "조사의 정당성이 확보되면 패소율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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