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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만에 만나는 둘째 누나…꿈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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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천우(77)씨는 이북에 있는 둘째 누나 문우(82)씨의 꿈을 자주 꿉니다.

꿈속에서 이 씨는 1943년 경기도 양평으로 돌아갑니다.

다섯 살 이 씨는 함경도 함흥에 사는 큰 외할머니가 온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들떠 있습니다.

큰 외할머니는 부자였는데, 올 때마다 과자를 잔뜩 사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큰 외할머니는 그날따라 둘째인 문우 누나에게만 선물이라며 새 옷을 입혔습니다.

큰 외할머니는 함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우 누나의 손을 잡고 함께 나섰습니다.

누나는 새 옷 입고 함흥 구경 간다며 신이 나서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그게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터졌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기는커녕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꿈에서나 만나던 둘째 누나를 직접 보게 된 이천우 씨는 "그땐 가난했으니까 못 사는 집 애들을 형편이 나은 친척 집에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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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누나도 그보다 먼저 서울 외삼촌댁에 보냈어. 우린 어려서 몰랐지만, 부모님 심경은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씨의 부친은 해방 후 "돈 많이 벌어서 누나들 다시 데려오겠다"고 남은 6남매에게 약속했습니다.

밭 한 뙈기 없었던 부친은 품을 팔아 처자식을 먹여살렸습니다.

하지만 6·25 전쟁이 터졌고 전쟁 통에 부친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고 남동생 둘도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법.

이 씨는 전쟁 후 양평에서 농사를 짓고 살다가 처자식이 생기면서 상경했습니다.

자신은 못 배웠어도 애들은 대학 보내고 싶어서 서울로 왔다는 이 씨는 막내아들을 명문대에 보내고서야 잃어버린 누나를 그리워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씨의 모친은 둘째 누나를 다시 보지 못한 채 1989년 눈을 감았습니다.

큰누나와 형도 일찍이 세상을 떴습니다.

휴전선 아래 남은 가족은 이 씨와 한 살 어린 여동생 순이 씨뿐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때마다 '함흥, 이문우'라고 신청하며 둘째 누나의 기별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그러던 이 씨 남매는 올해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극적으로 포함됐습니다.

여전히 함흥에 사는 둘째 누나는 '리문우'라는 조금 낯선 이름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씨는 꿈이라고 생각해 허벅지를 꼬집었습니다.

"나흘 후면 둘째 누나를 만난다니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이 씨는 이번 주 내내 누나에게 줄 선물을 골랐습니다.

"점퍼, 양말, 코트를 샀는데 북한은 추우니까 두꺼운 걸 골랐어. 상비약도 가득 채우고…. 시계도 샀는데, 북한은 건전지가 귀하니까 수동식을 사라더라고."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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