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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뽑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티슈.
이 티슈를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말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한 기업의 인턴사원입니다.
쉽게 뽑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인턴.
티슈라는 단어를 인턴으로 바꿨을 뿐인데 처참한 청년 인턴들의 삶이 드러납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턴을 하고 있거나, 경험한 청년들은 인턴을 인도의 하층 계층 '수드라'에 비유하거나 '하인', '동물', '노예'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인턴이 "인생을 턴다." "인(IN)했다가 턴(TURN) 해서 나오는 것"의 줄임말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22일 방영된 SBS 뉴스토리에서는 최소한의 권리도 존중받지 못하는 청년 인턴들의 삶을 조명했습니다.
외교부에서 선발된 해외 인턴 강 모 씨, 그녀는 6개월 동안 주파나마 대사관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은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어느 날, 대사의 부인은 강 씨를 불러 손님맞이용 꽃꽂이와 음식준비를 시켰습니다.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었지만 이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일했던 강 씨.
그런데 대사의 부인은 부엌 옆방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식사도 준비하라고 일을 시켰습니다.
그제야 강 씨는 대사 부인이 자신을 하인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만두기엔 자신의 지난 3개월이 너무 아깝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부당한 처우에도 어쩔 수 없이 인턴 생활을 하는 건 강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뉴스토리팀이 만난 다른 인턴들은 잡일은 기본이고, 욕설 섞인 폭언, 식사 배달, 운전기사 노릇까지 해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모두 그만둘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악의 취업난. 인턴 경쟁률마저 수십 대 일을 웃돌고 있는 상황,
혹시 모를 '정규직 전환'이나 스펙을 위한 ‘경력증명서’를 위해선 이마저도 감지덕지합니다.
그만큼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간절함은 큽니다.
그들의 간절함이 큰 만큼, 이를 악용하는 기업은 많습니다.
지난해 316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인턴은 1만 3천9백79명, 그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의 수는 4천 88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정규직 전환율이 0%인 기관도 전체의 71.2%에 달합니다.
비참한 생활에 처해있는 인턴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없는 걸까요?
[류하경/변호사 : 인턴이라거나 현장실습생, 산학협력생, 무급인턴, 실무 수습, 이런 젊은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이 현재 전혀 없습니다.]
정부가 올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을 앞세웠지만, 실제 청년 인턴들의 삶의 질은 바뀐 게 거의 없어 보입니다.
[박지순/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 :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근로자를 채용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근로계약인지 아니면 훈련계약인지를 일단 명확히 해야 합니다.]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청년 고용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 청년들은 계속해서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 SBS 뉴스토리
구성: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