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가족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제발 밀린 임금 주세요."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 이 모(45)씨는 추석을 앞두고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11년 전 한국에 오면서 고향에 두고온 아들과 딸이 이맘때면 더 간절하게 생각납니다.
이 씨는 불법 체류자입니다.
단기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머무르고 있습니다.
중국 푸젠 성 한 시골마을 출신인 이 씨 자신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어렵게 살았지만, 가족만은 잘 사게 하려는 생각에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인이 꺼리는 일을 닥치는 데로 맡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부산 기장, 경남 양산 일대 미나리 농장일도 이런 일 중 하나였습니다.
초봄에 수확하는 미나리는 11월부터 2월까지 추위 속에서 언 땅을 깨 재배해야 합니다.
이 씨는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한 농장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온종일 숙식을 해결하며 미나리 재배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겨울 추위도 전기 난로 하나에 의지해 버텨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텼다고 합니다.
농장에는 이 씨 외에도 중국인 불법체류자 2명 더 있습니다.
농장에는 불법 체류자 단속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씨는 사장이 약속한 임금을 제때에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매달 임금을 받기로 약속했지만 체납은 허다하게 발생했고, 어쩌다가 한꺼번에 몇 달치가 들어온 적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납 임금은 쌓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중국 설인 춘절을 앞두고 한국생활을 접을 생각에 밀린 임금을 정산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임금체납으로 사장을 고발했다가 오히려 불법체류자임이 들통나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두 달 동안 구금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보호소에서 나온 이 씨는 현재 체납 임금을 받으려고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 앞과 사장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씨는 "몇 번이나 죽으려고도 생각했지만, 아이들 생각에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추석 전 가족들을 볼 수 있게 제발 밀린 임금만 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가 밀린 월급을 받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업주가 주장하는 월급과 이 씨가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주장하는 금액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씨 외에도 이 사장에게 임금 체납이 된 불법 체류자 2명 등 모두 3명이 6천만 원의 임금이 체납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장은 최근 이 금액의 3분의 1수준으로 합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대로 된 계약서가 없는 데다가 사장이 그동안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다 보니 월급을 입증하기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인권단체는 전했습니다.
함께 일한 다른 중국인 동료도 모두 불법체류자여서 증인이 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사)이주민과함께 김그루 상담실장은 "노동부에는 진정을 했지만 임금에 대한 입증자료 제시만 요구할 뿐 조사하려는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며 "비록 불법체류자들이기는 하지만 이런 신분의 불리함을 이용하려는 악덕 업주들을 가만히 둔다면 공권력 또한 방조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