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오가는 차들로 늘 번잡하던 서울 광화문 세종로 옆 인도에 오늘(20일) 바둑판과 방석이 놓였습니다.
이어 '110대 1천300'이 한 장소에서 다면기로 동시에 대국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시가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개최한 '차 없는 거리' 행사의 하나로 프로 바둑기사 110명과 시민들이 동시에 대결한 '거리 대국'입니다.
한국기원이 주관한 행사에는 애초 시민 1천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그보다 훨씬 많은 1천300여 명이 몰려 프로들의 '한 수'를 직접 감상했습니다.
어린 학생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은 고수들이 몇 수를 접어주고 시작하는 '접바둑'을 뒀습니다.
그러나 프로 기사들은 여러 테이블을 돌며 대국하는 가운데서도 여유롭게 바둑돌을 옮기며 '아마추어 기사'들을 쩔쩔매게 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은 대국을 마치고서 "접바둑을 뒀는데도 프로 기사님들이 너무 실력이 좋아 쩔쩔맸다"면서 "바둑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다음에 다시 제대로 대국해야겠다"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참가한 프로 바둑기사 가운데는 조훈현 9단, 김지석 9단, 최정 6단도 있었습니다.
평소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한다는 이들은 차 없는 날 홍보대사로 위촉돼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김장훈 등 유명인사들도 대국에 참여해 바둑돌을 잡고 프로 기사들 앞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시험했습니다.
행사를 후원한 국민은행은 기부금 1천만 원을 모아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조훈현 9단은 "이렇게 많은 바둑 팬과 함께하면서 어려운 이들까지 도울 수 있는 좋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바둑계에서 이런 일이 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