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질서를 과시한 중국이지만, 평소엔 이런 무질서함으로 더 유명합니다.
도로에서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사고 날 것 같은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중동에도 만만치 않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에겐 낯선 땅인 이집트에서도 웬만한 건 웃고 지나칠 정도로 황당한 장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정규진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정 기자가 직접 카이로 시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택시에 빈자리가 없어서 한 남성이 트렁크에 타고 있는데요, 자세가 어쩜 이렇게 편해 보일까요?
보통은 트렁크 문을 열고 두 사람이 사이좋게 걸터앉아 가는데 공간을 혼자 독차지해서 이렇게도 여유로운가 봅니다.
이집트는 교통에 있어서 만큼은 자율성을 중시하는지, 신호등도 차선도 횡단보도도 없고 경찰 단속이나 적발도 드문데요,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으로 마주 보며 달려오는 차가 비키라며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릴 때의 당황스러움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합니다.
가끔 길이 막히면 그냥 사막길로 내달리기도 하고 승차 인원 같은 개념도 당연히 없습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집힌 과적 차량을 지나가다 한 번도 못 봤다면 이집트 구경을 제대로 못 한 거나 다름없을 정도랍니다.
물에 맨발을 담근 채 전기 설비를 하고, 곡예를 하듯 거꾸로 매달려 실외기를 고치는가 하면, 건물이고 길이고 일단은 만들어 놓고 보는 습관 때문에 보도블록이 맨홀을 가로지르고, 벽에 전선을 빼기 위한 구멍이 뚫려 있거나 전선줄이 치렁치렁 매달려있는 게 예사라는데요, 집에 가스통을 교체해주러 온 아저씨가 가스가 새는지 검사해주겠다며 밸브에 라이터 불을 켜서 갖다 대는 바람에 기겁했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너무 불안하고 위험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집트인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규칙과 관용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찌 보면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피라미드를 쌓아올릴 생각을 한 긍정적인 조상들을 둔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인들을 이야기할 때, 소위 대륙의 마인드라고 하듯이 이집트인들에겐 일종의 피라미드의 마인드가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