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난민 사태에 유럽이 요새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난제로 부상한 난민 급증 사태 속에서 유럽 대륙 곳곳에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면서 상황을 전했다.
중부 유럽 헝가리는 남부 세르비아와 국경에 175km 길이의 철조망 장벽을 세웠다.
헝가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촉발한 곳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다.
당시 헝가리는 동독에서 넘어온 동독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을 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베를린 장벽 붕괴의 기폭제가 됐다.
헝가리는 새로운 난민 루트로 떠오른 터키-발칸반도 루트의 서유럽 관문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경 자유왕래 보장 조약인 '셍겐조약' 가입 26개국 가운데 유일한 동유럽 국가다.
이주민들이 일단 헝가리에 도착하면 다른 25개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올들어 지금까지 헝가리에 도착한 이주민은 모두 14만 명으로 이미 작년 한해 수준(4만 3천 명)을 3배 이상 초과했다.
신문은 가까운 장래에 헝가리가 세운 철책이 이민자 유입을 막으려는 헝가리 정부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책을 짓는다는 소식에 오히려 이민자들이 헝가리로 몰려들었다.
연초 불가리아는 남부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160km 길이의 철조망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건설을 시작했다.
이 철조망은 지난 2012년 그리스 정부가 세운 담벼락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리스가 터키와 이웃한 에브로스 지역에 세운 10km 길이의 국경 장벽 역시 터키에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막지 못했다.
이민자들이 그리스와 터키의 국경이 되는 에브로스 강을 배를 타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한 루트인 지중해보다 터키-그리스 루트가 훨씬 안전함에 따라 이민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북부 칼레에도 영국 정부가 최근 1천만 달러(약 120억 원)를 투입해 영국-프랑스 해협을 통과하는 유로터널과 항구 주변을 둘러싼 철조망 담벼락을 고쳐 세웠다.
최근 칼레에선 난민들이 영국으로 몰래 들어가려고 하루 수천 명씩 유로터널에 진입하는 사태가 불거졌다.
현지 경찰 책임자 파스칼 애어츠는 BBC 방송에 이 철조망은 영국행 난민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민들이 네덜란드나 벨기에의 항구들로 옮겨가 영국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외 우크라이나와 에스토니아는 난민이 아니라 긴장이 고조되는 러시아를 겨냥해 방벽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교전 중인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러시아로부터 군사지원을 받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우크라이나 동부-러시아 국경 2천400km에 장벽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장벽 설치를 시작했다.
에스토니아 역시 러시아와 국경을 따라 112km 구간에 방벽을 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