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은 미국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지 95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 대통령은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기념해 해마다 이날을 여성 평등의 날로 선포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그러나 여전히 양성 평등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올해 7월 현재 미국의 인구는 약 3억2천121만명으로 이 중 여성은 절반이 넘는 51%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정관계에 진출한 선출직 여성 공무원의 수는 남성과 비교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타임이 미국 럿거스 대학 여성 정치 센터와 인구통계국의 자료를 인용해 소개한 그래프를 보면, 미국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9명으로 이뤄진 연방 대법원의 대법관 중 여성은 3명뿐이다. 미국 하원의원(435명)과 상원의원(100명) 중 여성은 각각 84명(19%), 20명(20%)이다.
상·하원을 합쳐 여성 의원 100명 시대가 열린 것도, 미아 러브(39·유타)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에서 사상 첫 흑인 여성 하원의원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것도 모두 지난해 중간 선거에서야 이뤄졌다.
50개 주 주지사 중 여성은 6명(12%)이고, 인구 3만명 이상의 도시의 시장 1천393명 중 여성의 수는 18%인 256명에 그쳤다.
전체 7천명이 넘는 주(州) 의원 중 여성 의원은 24%인 1천793명으로 집계됐다.
1980년 이래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여성이 남성의 투표율을 능가하는 등 미국 여성이 남성보다 더 활발한 투표 성향을 보임에도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유리 천장'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지닌 여성 유권자의 64%가 투표해 60%에 그친 남성을 따돌렸다.
이 선거에서 7천140만명의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해 남성 투표수를 1천만표 가량 앞질렀다.
뜨거운 참정 욕구에도 여성의 평등 요구는 투표권 획득 100년이 가까이 흐르도록 나아지지 않았다.
남녀 간 임금 격차는 대표적인 성차별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1월에 전한 내용을 보면, 현재 미국의 같은 직종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는 10∼25%에 달한다.
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이 그만큼 돈을 적게 받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때인 1963년 '남녀 임금평등법'이 제정됐지만, 성별 차별 없이 임금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백악관, 의회마저 남녀에 따라 봉급을 달리 준다.
여성 임금은 소득 하위 직군에서는 남성의 91%까지 따라잡았으나 고소득 직종에서는 남성의 79%에 머물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14일 '남녀 임금 평등의 날'을 선포하면서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의 78%에 불과하고 특히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보다 더욱 열악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남녀 차별 없는 임금을 대선 의제로 내세웠다.
여성의 참정권 요구는 미국 건국 후부터 줄곧 터져 나왔다.
그러다가 미국 의회가 1919년 여성의 참정권 확대를 명기한 수정헌법 19조를 가결하면서 마침내 여성의 투표 참여 길이 열렸다.
수정헌법 19조는 당시 미국 48개 주(1959년 미 합중국에 가입한 알래스카·하와이 주 제외) 중 ¾이상인 36개 주의 비준을 거쳐야 법적인 효력을 지녔다.
이듬해 3월까지 35개 주가 법을 비준했으나 보수적인 남부 주는 여성의 투표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남부에 속하는 테네시 주가 8월 비준 통과의 결정적인 캐스팅 보스 노릇을 했다.
테네시 주 하원에서 비준 찬반 의견이 48-48로 나뉜 상황에서 여성 참정권에 적극 반대하던 24세 청년 의원 해리 번이 '찬성표를 던져 착한 아들이 되어라'라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전격적으로 뜻을 바꾸면서 수정헌법 19조가 통과됐다.
테네시 주를 포함해 36개 주가 비준을 마치자 베인브리지 콜비 미국 국무장관은 1920년 8월 26일 '성별을 이유로 투표권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 헌법 19조의 미국 내 비준을 공식 선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