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하는 항일전쟁 및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의 명단이 25일 전격적으로 공개됐다.
9월 3일 '전승절'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펼쳐질 치열한 정상외교 무대에 올라가는 선수들의 대진표가 확정된 셈이다.
이번 무대에는 호스트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개국 정상급 지도자가 오르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불참이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신밀월' 관계를 구가하는 중국, 러시아와 대중 견제의 공조를 강화하는 미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가 다시한번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 정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을 결정, 한중 관계를 강화하고 향후 외교적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중국은 열병식을 포함한 이번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러시아와 정치·군사적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정상은 지난 5월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사실상 공동 개최한 데 이어 9월 베이징 열병식까지 함께 개최한다.
중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으로부터 '포위공격'을 받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간 신밀월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본국에서 공식 대표를 파견하지 않고 주중 미국대사관 사절을 보내기로 해 최소한의 '성의 표시'만 했다.
항일전쟁 승리 기념행사가 불편한 데다 중국의 '굴기'가 내심 못마땅한 일본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현직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부의 과거사 인식을 비판해 온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전직 정계요인' 자격으로 참석할 따름이다.
이번에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하는 국가 가운데는 유럽 등 서방의 민주국가들은 극소수며 아시아, 아프리카, 구소련 및 동구권 국가들의 비중이 높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외에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등이 참가한다.
이 가운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정도가 장관급 인사를 정부 대표로 파견할 뿐 독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은 본국 대표단 파견 없이 대사관 인사를 대신 보낼 예정이다.
제2차대전 주요 전승국 하나인 영국은 공식 대표단 파견 없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전직 정계요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전직 정계요인으로는 무라야마 전 총리와 블레어 전 총리 외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이처럼 대다수 서방 민주국가가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미국과 일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국가가 중국의 군사적 패권 과시에 들러리를 설 것이란 우려와 함께 미국과 일본에 눈치가 보일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서도 전격적으로 방중키로 한 것은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한 동시에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 외교적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포석으로 분석된다.
북한 역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불참하지만 대신 그의 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보내기로 했다.
최 비서가 시진핑 주석을 직접 면담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수년째 냉각된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이는 북한이 나름의 성의 표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치열한 외교전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각국에서 참가하는 지도자가 모두 9.3 기념대회를 포함한 중요활동에 참가한다"는 중국의 발표로 미뤄 박 대통령과 최 비서가 열병식을 나란히 참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조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의미있는 접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이 대거 정상급 인사들을 파견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란 큰 그림을 그리는 중국으로서도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이들 국가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열병식에 참석하는 각국 지도자들은 50여명에 달해 세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도 짐작하게 한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열병식에는 27개국 지도자가 사절로 참석하는데 그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