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공무원 시험을 볼 때 메모 대필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필기에 어려움을 겪는 세무직 공무원시험 응시자 27살 윤 모 씨에게 회계학 시험 도중 메모 대필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긴급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이 같은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씨는 오는 29일 치르는 '2015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7급 세무직 필기시험'에서 계산 문제가 많이 출제되는 회계학 시험을 볼 때 암산 등으로 계산한 결괏값을 대신 메모해줄 수 있는 편의제공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난달 29일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필기시험에 제3 자가 개입하는 것은 대리응시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며, 특정 장애인 응시자에게만 편의를 제공하면 다른 장애인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OMR 카드 답안지 대필만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필기 장애가 있는 응시자가 회계학 계산문제를 암산만으로 풀도록 하는 것은 필기장애가 없는 다른 응시자들에 비해 현저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봤습니다.
또 메모대필은 응시자가 암산으로 계산한 숫자나 기호를 단순히 받아적는 것으로, 메모대필을 지원해도 시험지 여백에 자신이 직접 메모하면서 문제를 푸는 다른 응시자들보다 유리한 조건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대필자가 문제풀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인사혁신처가 시험감독관 중 메모 대필자를 직접 선정하고 메모대필의 내용과 방법을 교육함으로써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언급하고, 편의제공의무는 장애인-비장애인간 경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간 경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시험과목의 특성과 장애 정도에 따라 편의제공 내용을 개선할 것도 아울러 인사혁신처에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