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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묻은 족적 뿐"…양구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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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증은 있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10년 전인 2005년 8월 14일 낮 12시 10분쯤 전국에서 인구가 다섯 번째로 적은 강원 양구군에 있는 한 전당포에서 주인 77살 왕 모씨와 아내 우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왕씨는 전당포 안쪽 방에서 1인용 간이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고, 왕씨는 가슴 부위에 모두 12곳을 흉기에 찔렸습니다.

출입문 안쪽에서 발견된 아내 우씨도 3곳의 흉기 자국과 골절상 흔적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은 다름 아닌 아들이었습니다.

부모가 운영하는 전당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아들은 사건 당일 오전 전당포로 출근했다고 합니다.

전당포와 내실은 출입문을 열면 곧바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아들은 부모에게 별도의 아침인사를 건네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출근이 늦은 탓에 부모의 꾸지람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한동안 전당포에서 TV를 시청하던 아들은 정오를 지나 전당포를 찾은 손님의 물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피살된 것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전당포의 금고는 출입문을 열고 내실로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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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왕씨 부부의 시신 상태 등으로 미뤄 경찰은 밤사이 강도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전당포 영업 특성상 금전이 오가는 과정에서 생긴 원한 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왕씨 부부가 흉기에 수십 차례 찔린 점도 금전거래에 따른 원한 가능성을 뒷받치해주고 있었습니다.

왕씨 부부의 생전 금전거래 장부를 토대로 돈거래한 인물을 살피던 경찰은 2명의 군인을 용의 선상에 올렸습니다.

A씨는 지역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전역한 인물로, 2000년 근무 당시 동료가 왕씨 부부에게서 200만원을 빌렸으나 갚지 못하자 연대 보증했던 A씨가 대신 갚았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채무가 없다고 한 A씨의 진술과 달리 왕씨 부부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이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수사했으나 이렇다 할 용의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군인 B씨도 지역에 주둔한 군부대를 전역한 인물이었습니다.

B씨도 근무 당시 동료의 연대보증을 했다가 왕씨 부부에게서 월급을 압류당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원한을 살 만한 정황은 충분했지만 수사는 더는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피살된 왕씨 부부가 금전 거래만큼은 철두철미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고, 특히 평소 의심이 많아 왕씨 부부의 집을 드나들었던 이웃 주민도 거의 없었습니다.

사건 현장 역시 외부인의 출입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강도라면 외부 출입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전당포 노부부 살인 사건은 외부 출입 흔적이 없어 수사가 혼선에 빠진 기억이 있다"며 "일부 피묻은 족적이 있었지만 완전한 형태가 아니어서 단서로 부족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점으로 되돌아온 경찰 수사는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습니다.

외부 출입 흔적이 없다는 점과 숨진 노부부에게서 저항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수사 경찰은 "왕씨가 숨진 주변에 개봉된 약봉지와 알약이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볼 때 평소 복용하던 약을 먹으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말은 아는 사람에게 갑자기 공격당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유족이자 최초 신고자인 아들을 의심했고, 아들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했지만 진실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사실상 미제사건으로 분류됐습니다.

공소시효를 5년여 남겨둔 지난달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사건의 공소시효도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단서라고는 증거로 쓰기에 불충분한 '피묻은 부분 족적'이 전부여서 범인이 제 발로 나타난다 해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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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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