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나집 라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대학교수와 사회운동가 등 81명은 성명을 통해 국영투자기업 1MDB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나집 총리의 일시적인 직무 정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언론 자유를 제약하고 1MDB 조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중간 또는 임시 조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MDB는 나집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 경제개발 사업을 벌이기 위해 2009년 설립한 것으로, 나집 총리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MDB 부실과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반부패위원회(MACC)의 고위 간부 2명을 지난 7일 총리실로 전보 발령했다가 조사 방해 의도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고 사흘 만에 취소했다.
이에 앞서 반부패위원회는 3일 "나집 총리의 은행 계좌로 송금된 26억 링깃(약 8천억 원)은 기부금으로 1MDB와는 무관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3년 총선 선거운동 당시 나집 총리 계좌에 1MDB와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를 통해 뭉칫돈이 입금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기부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나집 총리는 지난달 28일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 확산에 책임을 물어 부총리와 검찰총장 등을 경질했다.
또 나집 총리 집안과 가까운 사업가의 사기 행각 의혹을 다룬 말레이시아 에지미디어그룹의 주간지와 금융 일간지에 3개월 정간 처분을 내리는 등 대 언론 강경책도 펴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는 1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에 대해 "나집 총리가 말레이시아에서 전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주장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4월부터 "나집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면 다음 총선에서 집권당이 질 것"라며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집 총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정부와 당의 내부 결속에 애쓰고 있다.
이 같은 정국 불안으로 말레이시아 경제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원유가격의 약세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국 혼란은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화에 대한 링깃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12% 넘게 떨어지며 1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 판매 수입 감소와 말레이시아중앙은행(BNM)의 대규모 환율 방어로 외화보유액이 7월 말 기준 967억 달러로 1천억 달러 이하로 떨어지며 201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