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녹색등이 너무 빨리 바뀌니까 학생들이 막 뛰더라고요. 중간에 뭘 떨어뜨려도 주울 수조차 없어요."
지난 2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동문(후문) 앞.
방학이 한창이지만 취업 준비나 동아리 활동 때문에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로 분주했다.
후문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자 학생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너비 24m가량의 5차로 신호등은 약 21초 만에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미처 길을 다 건너지 못해 차들의 눈치를 보며 뛰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박삼랑(71)씨는 횡단보도 앞 그늘에서 신호가 바뀌는 것을 수차례 지켜본 뒤 어렵게 휠체어를 움직였다.
박 씨는 "초행길이라 사람들이 다니는 것을 보고 건너려고 기다렸는데 거리에 비해 보행자 신호가 너무 짧은 것 같아 선뜻 길을 건너지 못하고 한참 고민했다"며 "위험한 모습도 몇 번이나 목격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수(20·여)씨는 "후문 공사가 끝난 후부터 녹색등이 켜지는 시간이 짧아졌다. 뒤쪽 그늘에서 기다리거나 불편한 신발을 신은 날에는 다 건너기도 전에 빨간 불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도로에 좌회전 신호가 신설된 후 횡단보도 보행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직진으로 건너는 시간도 빠듯해서 새로 생긴 대각선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남대가 올봄부터 후문 차량통행을 개방하면서 학교를 진입하는 차량을 위한 좌회전 신호등이 추가로 생겼다.
후문 횡단보도 2개를 연결하는 대각선 횡단보도도 신설됐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이같은 신호체계 신설로 차량 정체가 심해지자 보행자에게 부여한 시간을 기존 27초에서 23초로 줄였다.
광주교통정보센터는 "이곳 횡단보도의 최단거리를 16m로 산정, 1m당 보행시간 1초를 부여하고 보행자 진입시간과 보행 수요, 도로 교통 여건 등을 감안해 총 23초의 보행시간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로 차량통행을 우선시하며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는 도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광주의 번화가인 상무역과 치평동 대로의 횡단보도 보행시간도 폭이 최단 40m, 최장 50m에 달하는 왕복 8차선 도로임에도 대부분 30초 이내에 건너야 해 거의 뛰다시피해야 한다.
경찰청의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은 보행자의 횡단보도 이동속도를 1.0m/s, 교통약자는 0.8m/s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여기에 직진 도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보행수요 등 기타 여건을 고려해 보행시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현실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일반 보행자가 1초 또는 한 보폭 당 1m를 걷는다는 행정편의적인 현행 기준도 재설정하고 보행자를 배려하도록 교통신호등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보행자 불편과 사고 위험 등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만큼 전남대 후문 횡단보도의 보행시간 확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