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지정문화재 제87호인 충남 홍성군 용봉산 상하리 미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지붕 두 사찰' 분규가 점입가경입니다.
2004년 원융종 대처승 보정 스님이 이 미륵 옆에 대웅전을 무단으로 건립한 뒤 창건한 '용도사'와, 2013년 말 이 절 '임차인의 지인'으로 들어와 불법 건축물인 대웅전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절 이름을 '석불사'로 바꾼 범상 스님) 사이의 다툼이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두 사찰은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회를 따로따로 열고 있고, 세무당국은 하나의 사찰에 두 개 사업자등록증을 내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용봉산 주변에 거주하는 A씨는 "충남도청 대로에서 용봉초등학교로 진입하는 입구에 '미륵불 용도사 2㎞ →'임을 알리는 입석이 있고,용봉산자연휴양림 입장권을 사 절 입구로 들어가면 '석불사에 오셨습니다'라는 환영 플래카드가 있어서 초행길엔 다소 어리둥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런데 조금 더 올라가면 미륵불과 대웅전을 차지하기 위해 두 사찰이 벌이는 진풍경이 방문객들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보정이 약 7년, 그리고 그가 2010년 입적한 뒤 보정의 부인 전 모 씨가 새 주지를 초빙해 3년 가까이 운영했던 용도사는 상하리 미륵 덕분에 이름도 많이 알려졌으나, 2013년부터 분규에 휘말리기 시작했습니다.
대웅전 등 불법시설물 철거 명령서가 잇따라 날아오면서 주지는 절을 떠났고, 새 임차인이 들어와 절 이름을 바꾸고 사업자등록까지 냈기 때문입니다.
용도사 관계자는 "새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범상 스님으로부터 절 매입의사 타진이 있었다"면서 "명의자가 아닌 대리인이 계약을 하러 왔기에 '범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그이였음을 뒤늦게 알고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범상 측은 '집주인'인 전 씨를 상대로 문화재법 위반에 따른 불법시설물 철거를 주장하며 홍성군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홍성군청의 고발로 재판이 시작됐으나, 지난달 22일 열린 2차 재판에서 '대웅전 철거' 부분은 기각됐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부도탑과 석등 2개 등 다른 시설물의 문화재법 위반에 대한 것으로, 20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전 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습니다.
대웅전 철거 부분이 기각된 것은 용도사 측이 대웅전 건립 시점인 2003년과 2004년 문화재보호법 및 산지관리법 위반에 대한 벌금 약 800만 원을 냈고, 2년마다 부과되는 국유림 무단 사용에 대한 범칙금도 계속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단락된 명도소송이나 문화재관리법 위반에 따른 불법 시설물 철거 소송 외에 용도사 측과 범상 측이 다투는 소송은 또 있습니다.
범상 측이 무단 건립한 천막법당과 석불사 8경 안내판, 불전함, 그리고 공양미 등을 파는 매대 등 불법 지장물 철거를 요청하는 용도사 측의 소송, 이들 불법 시설물을 이유로 임대보증금 5천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용도사에 대한 범상 측의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용도사 측은 올 9월 말 국유림 내 장기 무단 점유 종교시설 양성화를 위한 새 국유림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식 대부 절차를 거쳐 사찰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