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태풍 진로, 우린 왜 못 맞추나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 중국 갈 줄 알았던 태풍…서해로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태풍으로 인해 고생하시진 않으셨나요? 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농경지와 시설물 피해가 있었고, 제주도를 방문하신 분들은 하늘길이 끊겨 크게 불편하셨을 겁니다.

 일단 9호 ‘찬홈’은 소멸했으니 태풍 경로 예측에 대한 기상청의 평가가 이어질 차례입니다.

 중국에 상륙한 뒤 서해로 빠져나올 줄 알았던 태풍이 예상보다 서해에 더 가깝게 이동하면서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예보가 정확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럴 거면 “미국 예보를 받아 써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말 미국 예보를 믿는게 최선인지 궁금하실거 같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여러분이 보기엔 1번과 2번 중 누가 명사수인가요?

광고
광고 영역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차이를 쉽게 아실 겁니다. 둘 다 3발을 쐈는데요, 1번은 3발의 총알이 모두 과녁을 빗나갔지만 세발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2번의 경우 총알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과녁엔 전부 명중 했습니다.

 1번처럼 3개의 지점이 모여 있는 경우를 흔히 ‘탄착군’이 형성됐다고 표현하는데요, 총의 가늠쇠를 조금 조절하면 다음번에 쏠 때는 세발 모두 명중 할 수 있습니다. 반면 2번은 표적을 모두 맞추긴 했지만, 탄착군은 엉망입니다. 표적을 맞추는 경기라면 2번이 점수가 높겠지만, 2번이 정말 명사수인지는 다른 얘기입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1번은 우리나라의 예보였고요, 2번은 미국의 예보였습니다.

● 처음엔 미국이 틀렸다

6월 30일 찬홈이 발생하고, 찬홈 예보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던 중 7월 초에 미국의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꽤나 파격적인 예보를 내놓습니다. (JTWC,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 이해하기 쉽게 '미국 예보'로 표현하겠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우리나라 예보가 KOREA(KMA)라고 써있는 연노란색 선이고 미국 예보는 보라색 선입니다. 미국은 태풍이 일본 오키나와 위쪽을 지날 듯이 예보를 내놨습니다. 다른 나라 친구들이 모두 YES를 외칠 때 홀로 NO를 외친 미국입니다. 사실 저는 미국예보를 꽤나 신뢰하고 있어서, 걱정이 커졌습니다. 태풍이 저대로 간다면 우리나라 남해안을 지나 우리나라에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태풍은 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5일 전부터 보도를 하는데요, 보도를 조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첫 태풍인데다, 경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며칠 뒤 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남쪽을 지났고, 중국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실 이 시점에 가장 예측이 엇나간 건 미국입니다. 일단 미국예보를 그저 따라가는 건 좋은 생각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상륙을 2일 앞두고, 우리나라는 조금 더 중국 쪽으로, 미국은 조금 더 서해 쪽으로 진출하겠다는 예보를 했었죠. 결국 최종 예보가 잘 맞았던 건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입니다. 미국이 표적을 가장 잘 맞춘 승자가 되겠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 최종 승자 미국 하지만 방재 측면 고려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태풍이 중국쪽으로 가서 다시 서해안으로 나오겠다는 예보의 큰 틀을 유지했지만, 태풍이 예상보다 서해안으로 이동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남해안으로 가는 경로와 서해안으로 가는 경로 2가지의 오락가락한 예보를 했지만, 마지막 경로는 미국이 가장 비슷했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태풍에 가장 근접한 24시간 예보를 맞추는게 중요한 만큼, 미국의 예보는 결과적으로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방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국 예보가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최근 태풍 예보는 ‘안정도’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태풍 예보의 ‘안정도’라는 개념이 조금 어려운데요, 쉽게 말해 위의 사격 예처럼 ‘탄착군’이 잘 형성돼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태풍이 우리나라에 비를 얼마나 내릴지 예보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진로대로 강수량을 예측하면, 처음에는 50mm가 오겠다고 했다가, 내일은 80mm가 오겠다고 예보를 하고, 최종적으로 100mm 비가 오겠다고 예보하는 셈입니다. 강수량 예측이 매일 달라지긴 했지만, 점점 더 많은 비가 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대비를 강화하면 됩니다.

 반면 미국의 진로대로 강수량을 예측하면 처음에 80mm 비가 오겠다고 했다가, 다음 날 50mm가 오겠다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100mm가 오겠다는 오락가락한 예보가 나옵니다. 최악의 경우 대비를 강화하라 했다가, 다시 약화하라고 했다가, 또 다시 강화하라고 혼선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방재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태풍 영향이 증가하는 쪽인지 감소하는 쪽인지 방향을 확실하게 잡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태풍 진로 예측 안정도’의 개념입니다.

 이건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고요, 미국도 일본도, 각자 자기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에 대해선 방재적인 측면을 고려해 예보에 주관이 훨씬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혼선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가 예보에 반영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일본에만 영향을 주는 태풍은 방재보다는 예보 모델에 좀 더 힘을 싣는 편입니다.

 물론 기상청 잘했다는 얘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한국, 미국, 일본 3국가의 2014년 태풍 진로 예측 정확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태풍 진로 오차가 미국보다 큰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들에는 조금 더 한국 날씨에 경험 많은 예보관들의 주관적인 분석과, 방재 개념이 접목되어 있다는 걸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 11호 태풍 '낭카' 북상 중

 11호 태풍 낭카는 일본을 향해 북상중입니다. 낭카는 이번 주 금요일과 토요일 쯤 우리나라 동해안과 남부지방에 영향을 줄 것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기상청의 예보는 정확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경로를 더 동쪽으로 틀어 우리나라에 피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아직은 4일정도 남았으니 변동성은 큰 상태니까, 조금 더 예보에 유의 주시해주시고,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대비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태풍이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라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좋은 주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정구희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