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건 무조건 나쁜 거지만, 이런 딱한 도둑이 있습니다. 한 운전자에게 돈을 뺏으려던 남성을 잡고 보니 형과 어머니, 아내까지 암 투병 중인 가정의 50대 가장 이었습니다.
정혜경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일 밤 9시쯤 서울 강남의 백화점 지하 주차장입니다.
한 60대 여성이 세워 뒀던 승용차 운전석에 탑니다.
지나가는 듯하던 남자가 슬그머니 차 조수석에 따라 탑니다.
약 1분 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따라 내린 남자를 가리키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남자는 흉기로 운전자를 위협해 돈을 빼앗으려던 52살 이 모 씨였습니다.
달아난 이 씨는 5km가량 길을 배회하다 지하철에 무임승차한 뒤 거처가 있는 문산에 도착했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거처까지는 택시비 4천 5백 원이 필요한데, 이 씨는 500원밖에 없다고 하소연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건축 자재 납품업을 하던 이 씨는 지난해 회사가 부도나면서 형편이 어려워진 뒤, 최근 돈 500만 원이 급히 필요해 강남으로 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이 씨는 형과 어머니, 그리고 아내가 암 투병 중이고 고등학생 자녀가 두 명인 가장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 : 절박했대요 절박해. 500만 원이 필요했다고 하더라고. 500만 원이.]
이 씨는 강도 상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