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구제금융 협상의 최종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오는 22일의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 기싸움에 '올인'하고 있다.
그리스 집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그리스를 위한 범유럽 차원의 '반 긴축' 연대를 촉구했으며, 21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긴축 반대 집회를 열어 막판 여론전을 펴기로 했다.
반면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그리스 정부에 타협과 유로존 탈퇴 중 택일하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 5개월에 걸친 협상에서 재정수지 목표에는 합의했지만 이를 달성할 정책 가운데 연금 삭감과 세수 증대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양측의 차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에 그친다며 "이런 극소의 차이가 유럽의 통합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채권단의 타협을 요구했다.
◇ 그리스 총리 "안전한 항구 찾는 미지의 항해 두렵지 않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20일 시리자가 유럽의 사회단체와 노동계, 정치계에 그리스를 위한 긴축 반대 연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자는 성명에서 "연대와 강력한 여론의 지지는 우리와 유럽 정치·경제 엘리트 간 싸움에서 최상의 해답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자는 또 아테네를 비롯해 룩셈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베를린, 뮌헨, 런던, 파리, 로마, 더블린, 브뤼셀, 빈, 오슬로 등에서 집회가 열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리자는 21일 오후 아테네 도심 신타그마 광장에서 '민주주의는 협박받아서는 안 된다'는 구호를 내건 집회도 열기로 했다.
반면 그리스 야당들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그리스-유럽-민주주의'란 구호를 내걸고 유로존에 남도록 정부가 채권단과 타협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성명에서 "위기와 끔찍한 전망에 투자한 이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22일 긴급 정상회의에서 타결을 낙관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거대한 파도 속에 있지만 폭풍우를 다룰 줄 알고 안전한 항구를 찾아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해양국가"라고도 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주말동안 관계 장관 등을 소집해 22일 열리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와 유로존 정상회의에 관한 대책을 숙의할 계획이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1일 채권단에 제출한 47쪽 분량의 개혁안과 채무재조정안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두 차례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 타협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알레코스 플라부라리스 국무장관은 이날 그리스 민영 메가TV에 출연해 "우리는 지난 제안을 갖고 가지 않겠다"며 "서로 이익이 되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가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루파키스 장관도 지난 18일 유로그룹 회의를 마치고 다른 회원국 장관들과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의 제안을 논의하지도 않았다며 블로그에 자신이 발표한 전문을 올렸다.
그는 양측이 내놓은 올해와 내년의 재정갭(fiscal gap) 차이는 GDP의 0.5% 수준으로 재정목표는 진정으로 근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극소한 차이가 유로존의 통합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연금체계 개혁, 부패 척결, 시장 자유화, 기업환경 개선 등 개혁 조치들의 로드맵을 완성했다며 채권단이 그리스의 개혁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판한 것에 반박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국제노동기구(ILO)와 OECD의 권고에 부합하도록 단체교섭을 부활하겠다는 것이 정책 약속의 후퇴로 비판받아야 하는지 따졌다.
가장 첨예한 연금 문제와 관련해 구제금융 5년 동안 연금액이 40% 줄었고 연금 수급자 수가 늘지 않았지만 GDP 대비 연금지출 비중이 16%로 늘어난 것은 GDP 자체가 25% 줄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채권단이 연금 부문에서 18억 유로를 절감하라는 요구는 최빈곤층에 지원하는 사회연대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라서 수용할 수 없으며,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과 각종 연금의 통합 운영, 고용보험 미신고 사업장 단속 등으로 연금 지출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채무재조정 방안은 새로운 자금 지원이 아니라며 그리스에 1유로라도 새로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EU 지도자들 "그리스가 양보해야 협상 타결"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2일 회의는 결정의 근거가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하며 그리스에 거듭 타협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결정의 근거가 있다면, 월요일 정상회의는 결정을 내리는 정상회의가 될 수 있다"며 "결정의 근거들이 없다면 이 회의는 단지 자문 역할의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정상회의를 소집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전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리스 정부는 좋은 제안으로 보여지는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들이거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향하거나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 정상회의에서 세부 내용을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의의 목적은 우리 모두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결정의 결과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라며 "지도자급 회동에서 마술과 같은 해법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의는 마지막 발걸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상세한 기술적 협상은 없을 것이다. 나머지 일은 재무장관들에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22일 정상회의에 3시간 앞서 열리는 유로그룹 회의에서 양측이 이견만 재확인한다면 정상회의에서 정치적 타결이 나오기는 어렵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