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인 여고생 김 모 양은 최근 인터넷에서 살 빼는 약을 샀다가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약국에서 흔히 파는 약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향정신성 의약품, 즉 마약류의 일종인 펜타젠 성분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10대 3명도 김 양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4명 모두 평소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 인터넷·SNS 통해 약 구매하면 불법
경찰이 4월부터 두 달 동안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마약류 거래를 집중 단속한 결과 352명이 적발됐습니다. 판매자 47명, 구매자 305명입니다.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사고 판 사람이 9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필로폰 70명, 펜타젠(살 빼는 약) 59명, 알프라졸람(신경안정제) 28명 등 순이었습니다. 구매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성분을, 10대는 식욕을 억제하는 다이어트제 성분을 주로 샀습니다.
물론, 살 빼는 약과 수면제를 샀다고 모두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마약', '대마', 그리고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의약품으로,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목록이 모두 나와 있습니다. 수면제 성분 중에서는 졸피뎀과 조피클론 등이, 살 빼는 약 성분 중에는 펜라젠과 펜플루라민 등이 대표적입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이라도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사면 합법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사면 모두 불법입니다. 중독성, 의존성, 부작용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사게 되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닌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된 다이어트제나 수면제를 인터넷 또는 SNS로 사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도 불법입니다. 모든 의약품은 약국 등 허가된 점포에서만 팔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SNS로 약을 팔면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구매한 사람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만 믿고 인터넷이나 SNS로 샀다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경찰은 경고합니다. 인터넷이나 SNS로 판매되는 살 빼는 약, 수면제 중에는 마약류에 속하는 게 많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판매자가 약의 성분을 속이거나 상품명을 바꿔 판매하면 구매자 입장에선 그 약이 마약류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살 빼는 것을 남에게 알리기 싫어, 혹은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해주지 않을 것 같아 인터넷이나 SNS로 몰래 약을 사려다 징역 10년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경찰 "고의적 반복 구매, 구속 수사 방침"
실제로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한 마약류 거래는 올해 들어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2,4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7% 증가했습니다. 이 중에서 인터넷·SNS 이용 사범은 5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6.4%나 늘었습니다.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이다보니 검거 사범도 늘어났지만, 그 이전에 범행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입니다. 특히 SNS나 스마트폰 채팅 앱 등을 통해 은밀한 일대일 대화가 이뤄지고, 여기에서 마약류 거래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판매자들은 중국이나 홍콩 등 해외에서 국제 특송화물로 마약류를 밀반입하거나, 의사와 짜고 국내 병원에서 허위로 처방전을 발급받아 마약류를 확보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마약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판매자 뿐 아니라 구매자도 무겁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필로폰을 구매한 경우는 물론, 향정신성 의약품이 들어간 사실을 알고도 살 빼는 약, 수면제를 두 차례 이상 구매한 경우, 이런 마약류를 2차 범죄에 활용하려는 경우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