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안이 실패하면 레임덕(lameduck)이 아니라 데드덕(deadduck)이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뒷받침하는 핵심 안건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법안이 전날 여당인 민주당의 집단반대로 부결되자 브랜든 로팅거스 휴스턴대학 교수(대통령학)가 13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 힐'(The Hill)에 한 논평이다.
18개월의 임기를 남겨둔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정의 최대 어젠다로 추진해온 TPP 관련법안의 핵심인 TAA안건이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이로써 무역을 통한 미국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아시아지역에서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맞서는 경제공동체를 창출, '정권 업적'을 남기려 한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찬 구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르면 내주 초 TAA법안 재처리를 시도하기로 했지만, 전망은 대체로 밝지않다.
이 법안이 불발하면 전날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한 연계법안인 무역협상촉진권한(TPA)도 결국 빈 껍데기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6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다수당인 공화당이나 여당인 민주당 모두 오바마 대통령에게 협조해야 할 동기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이란 핵협상과 이민개혁 등 안팎의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백악관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레임덕, 나아가 데드덕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로팅커스 교수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최대 외교과제로 추진중인 '이란 핵협상'의 최종 시한이 이달 30일로 다가왔다.
그러나 핵협상과 감시동결을 조건으로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의 이 협상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무역법안을 도왔던 공화당의 견제기류가 만만치않다.
어떤 합의안이라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이란핵협상 의회승인법'이 지난달 초 상원을 통과했다.
이 안은 합의안에 대한 의회 검토기간을 30일로 정하고 이 기간에 오바마 행정부가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텍사스 주 브라운스빌 연방지방법원에 이어 제2 연방 순회항소법원도 지난달 26일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시행 중지 결정에 대한 법무부의 긴급유예 신청을 불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급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470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 추방 유예 조치를 계속 이행할 수 없게 됐다.
집권 후반기 핵심 어젠다인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대한 법원의 잇단 제동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이달 예정된 '오바마 케어'의 최종심 결정도 오바마 정권의 향방을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직접 웹사이트를 개설해 보험가입을 신청받고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한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가 위헌으로 판단될 경우 700만 명 가까운 미국인이 의료보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지지기반이 흔들리며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역법안의 처리에 대해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정권말 정치적 유산을 쌓으려는 구상에 속도가 붙겠지만 실패할 경우 그 싸움에 개인적 신뢰와 정치적 자산을 쏟아부은 대통령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힐은 "이번 실패로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18개월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며 "공화당이 이란 핵협상이나 소비세나 세금 문제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도울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