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동아시아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남북한의 국방비를 따져 볼까요? 지난 해 국방백서가 발표된 이후 한때 남북의 국방비가 화제가 됐었지요. 과연 남북 국방비의 차이는 어떨까요? 한국의 국방비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발표 따로, 실제 따로 라고 통일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방비를 계산하려면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 조치를 통해 경제 조정을 새로 했습니다. 그 이전과 이후 환율이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예컨대 2001년 북한 돈 2.21원이 1달러였습니다.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는지 7.1조치를 통해 현실화시킵니다. 그 이후 2003년에는 145원이 1달러가 됐습니다. 2009년까지 1달러에 100원을 훨씬 넘다가 2010년 이후 100원을 사이에 두고 소폭 오르락내리락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의 경우에는 98.4원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보면 지금 시점에서 2002년 이전 자료를 그대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98년부터 2001년 사이 북한 돈의 대달러 가치는 2.2원 전후였습니다. 당시 재정 규모가 북한 돈 200억 원에서 217억 원 사이, 달러로는 91억 달러에서 98억 달러 사이입니다. 그런데 7.1 조치 이후 2003년에는 재정 규모가 북한 돈으로는 3,234억 원으로 늘었지만 달러 규모로는 22억 3천만 달러가 됩니다.
SIPRI에 따르면 2003년 북한의 국방비는 508억 원입니다. 이후 매년 증가해서 2010년에는 826억 원으로 집계됩니다. 달러 환율로 따지면 2003년 3억 5천만 달러, 2010년의 경우에는 8억 1,300만 달러 쯤 됩니다. 2003년 해 북한의 재정 규모가 3,234억 원이었으니까 예산의 15.7% 정도를 국방비로 지출한 셈입니다. 2010년에는 예산의 15.85% 정도를 국방비로 썼습니다.
앞서 동아시아 국방비 경쟁 어디까지?①에서 보았듯이 2014년 북한의 국방비가 15.9%라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일관성 있는 수치로 판단됩니다. 2009년 예산이 4,815억 원이었는데 SIPRI 추계 국방비가 763억 원, 15.85% 정도를 지출한 것을 예를 들어봐도 북한은 재정 규모의 약 16% 선에서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97년 이전에는 재정 규모의 20-30%까지 국방비가 차지했습니다. 98년부터 10%대로 떨어져서 2003년 17조 5,148억 원, 재정 규모의 14.8%를 차지했습니다. 2010년의 경우는 29조 5,627억 원, 재정 규모의 14.7%입니다.
그런데 국방부 자료와 SIPRI 자료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2003년의 경우 SIPRI는 우리 국방비를 18조 8,840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국방부는 17조 5,146억 원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SIPRI 추계가 국방부 발표보다는 조금 액수가 큽니다. 일단 여기서는 국방부 자료를 근거로 사용합니다.
자료의 한계 속에서 남북한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2003년부터 2010년 까지 북한의 국방비를 달러로 환산하면 총액이 41억 1,500만 달러 쯤 됩니다. 같은 기간 우리의 국방비를 역시 달러로 환산했더니 1,742억 3,300만 달러 쯤 나옵니다. 우리의 경우 중간에 금융위기로 달러가 급락하면서 2006년과 2007년의 국방비가 과도하게 환산된 면은 있습니다.
2007년 국방비가 24조 4,972억 원, 달러로는 263억 6,4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듬해 2008년에는 원화로는 26조 6,490억, 8.8% 늘었지만 달러로는 241억 9,200만 달러 정도로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도 보입니다. 이런 면을 고려하더라도 8년 간 남북한 국방비 총액을 비교해 보면 우리가 42배 정도 국방비를 많이 쓴 것으로 계산됩니다.
미국 CIA의 FACT BOOK에 따르면 북한의 GDP 추정 규모는 2011년부터 2013년 까지 매년 400억 달러로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한국은 2012년 1조 6,760억 달러, 2013년 1조 7,250억 달러, 2014년 1조 7,860억 달러로 나와 있습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남북한의 GDP 차이는 43배가 조금 넘습니다. 결국 외견상으로만 보면 남북 간의 국방비 격차는 GDP 차이와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국방비를 명확히 밝히는 경우는 드물고, 더구나 북한의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숨어있는 국방비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GNI의 30% 정도 이상이라고 추정하는 통일부의 분석을 인용하면 실제 국방비 격차는 3,4배 정도라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숨어 있겠지만 과연 실제 예산 보다 10배 정도를 숨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SIPRI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국방비가 GDP의 5%를 넘는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합니다. 4%를 넘는 나라도 합쳐봐야 20개국입니다.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고, 유럽 3개국(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러시아), 아시아에서는 미얀마가 유일합니다. 참고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는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영토 분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 현재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오만인데, 12% 가까이 돼 유일하게 10%를 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프리카의 빈국 에리트레아가 2001년에 22.1%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독재국가라도 국방비 비중이 30%대 까지 이르기는 어렵다는 반증입니다.
군 전문가들은 또 우리의 국방 예산이 많기는 하지만 북한은 대부분 방위력 개선비로 쓰는 데, 우리는 예산의 30%만 방위력 개선에 쓰고 있어 전력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실제 세계 군수시장의 상황을 보면 한국이 상당한 액수의 돈을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SIPRI 2014 연감에 따르면 2009년-2013년 사이 세계 무기 수출입 시장에서 한국은 8번째로 수입을 많이 한 나라로 나와 있습니다. 수입 시장의 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도가 14%로 1위, 중국이 5%로 2위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꾸준히 국방비를 부담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 증가율이 조금 둔화되기는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연 5% 이상의 국방비 증가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방위산업 비리는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국방에 쓰라고 돈을 쥐어줬더니 비리로 엉뚱한 곳에 흘러가 버리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어느 국민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방비만은 깎으면 안 된다고 이해할까요? 더 어려워졌을 때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 방위산업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국방부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나서지 않으면 훗날 두고두고 후회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최근 출간된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시 주한 미군 사령관)홀링스워스는 훨씬 자신감이 덜 했고, 북한군의 침공을 서울 외곽에서 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였다. 북한군 중포병부대의 전력이 남한에 비해 훨씬 우세하고 한국군 포병대의 대항 사격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문제점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