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lonely, too?"(당신도 외롭나요?), "Big Smile"(함박웃음), "Thou, If you are like me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남한 미술작가가 이러한 문구가 포함된 도안을 북한에 보낸 뒤 자수공예가들이 이를 화려한 색채의 실로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들이 한꺼번에 관람객과 만난다.
함경아(49) 작가는 내달 4일부터 서울 종로 삼청로에 있는 국제갤러리에서 국내에서 6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그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자수회화 작품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를 비롯한 해외 행사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여러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의 자수 프로젝트는 과거 자신의 집 앞에서 북한 전단(삐라)을 발견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으로, 북쪽에 있는 불특정 대상에게 전달되는 예술적 메시지를 기획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방식이 가능했을까.
28일 전시공간에서 기자들과 미리 만난 작가는 먼저 짧은 문구, 화려한 색채와 선, 추상적 이미지가 어우러진 밑그림으로 천에 디지털 프린팅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도안은 픽셀화 된 이미지, 인터넷 뉴스나 대중적인 유행가 가사,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는 구절들로 배치했다.
작가는 "중국 등의 중간자를 통해 북측 노동자들에게 이를 전달하고 같은 경로로 다시 돌려받는 방식을 취했다"며 "여러 루트를 통해 이뤄졌는데, 매번 그 과정이 달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방식은 아니기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작가는 "외부에서 하청을 받아 그러한 방식으로 북한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의뢰를 받는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2008년 말부터 이러한 작업을 해 왔다는 작가는 "현재 계속 진행형인 작업"이라며 더욱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국내에서 '야호'라고 외치면 1초 후면 바로 메아리를 듣겠지만, 자신은 완성물을 보기까지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작가로서는 일종의 작품 제작을 '위임'한 것인데 그 과정은 '실재'하지만 개입할 수 없었고 직접 볼 수도 없었다.
완성물은 때로는 그 과정에서 행방불명 되기도 했다.
함경아는 "익명의 타자들에 의해 한 땀 한 땀으로 존재하는 '그것들'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했다"며 "클릭 한 번 하면 수많은 정보를 받아보는 디지털 시대에 저는 아날로그 방식의 노동집약적인 자수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에는 "Imagination is a political matter"(상상력은 정치적 문제다), "처음에는 암흑이에요" 등 듣기에 따라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구도 보였다.
국제갤러리 2관에 설치된 이러한 작품은 문구와 이미지로 은유와 카무플라주(camouflage·위장)를 섞은 '문자서비스 시리즈'다.
갤러리 3관에는 5개의 대규모 샹들리에 이미지의 자수회화 연작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가 설치된다.
작가는 "샹들리에는 서구열강의 상징적 공간에 권위와 욕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구조물"이라며 "그 속에는 거대한 담론이 자리 잡고 있지만 흔들리고 있고 무너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또한 "제국주의를 비판하고자 이 작품을 한 건 아니다"라면서 "탈이념적이고 다원화된 세상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것 또한 시대적 산물이며 그들이 피해자이자 증인으로서 제작활동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작품 제작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본 북한의 카드 섹션 광경과 처음 먹어본 사과가 너무나 맛있었다는 탈북자의 증언 등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만나고 싶지만 직접 볼 수 없는 북한의 자수공예가들이 궁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도안을 바라본 그들도 나름대로 낯섦을 느꼈을 것"이라고 답했다.
7월5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 제목은 유령이 남긴 발자국이라는 뜻의 '팬텀 풋스텝'(Phantom Footsteps)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