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차기 회장 선거를 이틀 앞두고 FIFA 고위직 7명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무더기로 체포됐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곧바로 14명의 명단을 공표하고 기소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검찰의 수사에 따라 이들에게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기소 대상자는 FIFA 고위직 9명과 미국과 남미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 4명, 그리고 뇌물수수 중재자 1명입니다.
FIFA에서는 제프리 웹 현 부회장, 에두아르도 리 집행위원, 훌리오 로차 발전위원, 코스타스 타카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 보좌관, 잭 워너 전 부회장,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부회장, 라파엘 에스퀴벨 남미축구연맹 집행위원, 호세 마리아 마린 조직위원과 니콜라스 레오즈 집행위원이 명단에 올랐습니다.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는 아르헨티나 기업인 '토르네오스 이 콤페텐시아스'의 알레한드로 부르자코 총괄담당자와 미국 '트래픽스포츠USA'의 애런 데이비슨 대표, 아르헨티나 기업인 '풀 플레이 그룹'의 휴고 힌키스와 마리아노 힌키스 총괄담당자가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종사자들은 각급 국제축구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등을 따내기 위해 1억5천만 달러가 넘는 뇌물·리베이트를 FIFA 측에 건넸거나, 전달을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마이애미에 있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본부도 압수 수색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수년 전부터 FIFA 고위직에 대한 부패 혐의를 수사해온 미국 정부의 체포 요청에 협조해 취리히에서 관련자들을 체포하게 됐습니다.
스위스는 이들의 신병을 조만간 미국에 인도할 방침이지만, 7명 가운데 6명이 이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사자들이 계속 거부할 경우 신병 인도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FIFA 간부는 지난 20여 년 간에 걸친 부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뿐 아니라 과거 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협상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국제축구계를 타락시켰다"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꾀하고 자신들만의 지갑을 부풀렸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린치 장관은 "1991년부터 두 세대에 걸쳐 이들이 스포츠마케팅 회사들에 대해 축구대회 광고권 등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며 "여러 차례, 매년, 대회 때마다 그렇게 했다"고 성토했습니다.
특히 2016년 '코파 아메리카대회' 준비 과정에서는 1억 1천만 달러의 뇌물이 오갔다고 말했습니다.
워너 전 부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010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1천만 달러의 뇌물을 요구하고 뇌물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았지만, 본인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린치 장관은 "부패 관행을 척결하고, 위법 행위자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코미 FBI국장도 "은폐되고 불법적인 돈거래, 리베이트와 뇌물이 FIFA의 사업 방식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래터 FIFA 회장에 대해 린치 장관은 당장은 그를 기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검거되면서 칼날이 그의 턱밑까지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9일로 다가온 FIFA총회에서 그의 5선 도전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FIFA는 1998년 블래터가 회장에 오른 뒤 막대한 이익을 누렸고, 블래터 회장도 줄곧 뇌물, 횡령 등의 의혹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블래터 회장은 취리히에서 성명을 내고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환영한다"며 "부정·부패 연루자들은 축구계에서 축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