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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성추행시 여성은 무조건 저항해야 법의 보호?"

* 대담 : 정혜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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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추행과 관련한 법원 판결을 보면 고개가 좀 갸우뚱해진다는 분들 많습니다. 한 마디로 국민들 법 감정과는 좀 거리가 먼 무죄 판결이 많다는 얘긴데요. 어제도 강제 추행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죠.한 남성이 잠자리에 든 여성의 신체를 만졌는데 피해 여성이 자는 척 하면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이 판결 속에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계시는 정혜선 변호사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변호사님 나와 계시지요?

▶ 정혜선 변호사: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이번 사건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부터 해주시겠어요?

▶ 정혜선 변호사:

피고인이 자기 부하직원하고 그 직원의 여자 친구하고 같이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두 사람이 잠이 드니까 직원의 여자 친구한테 다가가서 이불을 들추고 지켜보다가 신체의 민감한 중요 부위를 만졌다는 건데요. 사실 여자 분은 잠이 깨어있는 상태였는데 자신이 깨어난 티를 내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까봐 그냥 자는 척을 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유사 강간 및 강제 추행으로 기소했는데 법원이 무죄판결을 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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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2심이었고요?

▶ 정혜선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난 거죠?

▶ 정혜선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유사 강간 및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를 한 건데 강제 추행은 어떤 건지 대충 알 것 같고요. 유사 강간은 뭔가요?

▶ 정혜선 변호사:

강간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성행위 성기 삽입을 가리키는데 유사 강간이라고 하는 건 예를 들면 손가락을 삽입한다든가 항문 성교, 항문 성교 유사 성행위가 있을 때를 처벌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이런 행동을 해도 전부 강제추행죄로밖에 처벌이 안 됐었는데 2013년 6월 경에 유사 강간죄라는 게 신설이 돼서 강제추행죄보다는 조금 무겁게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심에 이어서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는데,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이유는 어떻게 밝혔습니까?

▶ 정혜선 변호사: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재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위협력, 폭행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폭행을 한 사실이 없다?

▶ 정혜선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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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다, 그런 뜻인가요?

▶ 정혜선 변호사:

그렇게 봤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만일 피해여성이 잠을 자고 있던 상황이었다면 유사 강간이나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될 수 있었던 건가요?

▶ 정혜선 변호사:

우리 법에 준강간, 준강제추행이라는 게 있거든요. 술에 만취하거나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 이미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을 해도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준해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피해여성이 아예 잠을 자고 있던 상황이다, 그러면 이 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었겠죠.

▷ 한수진/사회자: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자는 척 했다, 잠을 자고 있지는 않았다, 이런 거죠?

▶ 정혜선 변호사:

실제로 잠이 들었으면 처벌할 수 있었는데 잠이 들지 않고 자는 척 했다, 이러면 처벌이 안 된다, 이런 판결입니다. (웃음)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그런데 그게 왜 중요한 건가요?

▶ 정혜선 변호사:

글쎄 법원에 유사 강간이나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요구하는 폭행이 있었느냐, 이 부분과 관련해서 피고인이 어떤 폭행을 사용해서, 피해자를 제압해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좁게 해석을 했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지금 피해여성은 피고인이 추행을 하기 전에 몸을 흔들어봤다, 또 이불을 들춰본다든지 하면서 시간을 뒀다, 또 심하게 몸을 만질 때도 계속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이런 걸로 봤을 때 피해여성이 반대의사가 없었다, 그런 판단을 했다는 거죠?

▶ 정혜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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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변호사님, 어떻게 보세요? 이 판결에 대해서?

▶ 정혜선 변호사:

개인적으로는 피해여성이 그 상황에서 과연 어떤 식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가 있을까. 저도 여자지만 그 상황에서는 이 피해여성과 같은 식으로 반응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전혀 예상치 못한 범죄 상황이 벌어지면 순간 경직되고 이 상황이 뭘까? 당황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심리적으로 굉장히 경직이 되고. 그래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범죄 성립에 영향을 끼치는 게 타당한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피해여성으로서는 그 상황에서 굉장히 당황했을거고?

▶ 정혜선 변호사:

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아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요, 자는 척 하면서. 눈을 뜨고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부담을 가질 수도 있었다는 거죠?

▶ 정혜선 변호사:

네. 그리고 이 상황은 피해여성이 이 가해자의 부하직원의 여자친구였거든요. 그리고 이 가해 남성도 이들이 자고 있는데 안방에 들어와서 피해여성이 자고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행위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들의 관계나 당시 상황을 볼 때 뜻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한 여성에 자는 척을 했다, 이것을 가해 남성의 행동을 수용하거나 묵시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이고 피해여성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정색하거나 강하게 저항을 하게 되면 자신의 남자친구가 직장생활을 못 하거나 아니면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걱정을 했던 것도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추행을 한 사람이 어쨌든 남자친구의 상관이니까?

▶ 정혜선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고용한 사람이니까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

▶ 정혜선 변호사:

네, 그런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이런 혐의에 대해서 법정이 무죄 판결을 내렸으니까요. 어떨까요? 여성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정혜선 변호사:

결국 여성은 피해여성이 깨어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경우에는 범죄 성립이 안 된다, 이렇게 봤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분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무조건 저항을 해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구나, 사실상 강요하는 결과가 되거든요. 그런데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흥분을 하거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서 더 큰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극단적으로 신체나 생명에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 매우 위험하거든요.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가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런 어떤 위협감 때문에. 그래서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저항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 정혜선 변호사:

네.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자는 척을 한다든지 이렇게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그 상황을 모면하고 피해보려는

▶ 정혜선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그런 표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데

▶ 정혜선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부분 여성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적극적으로 반항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요?

▶ 정혜선 변호사:

여성들이 성희롱,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게 되면 그 순간에 굉장히 당황하고 이 일이 너무 수치스럽고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이 많아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경직돼서 저항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이 피해여성 추행을 당했을 당시에는 적극적인 저항을 못 했다가 나중에야 문제를 삼게 된 거죠?

▶ 정혜선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추행을 당한 이후에 법정에 서기까지 여성의 심경이 어땠을까, 하는 점도 생각이 되네요?

▶ 정혜선 변호사: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한테 있었던 피해사실을 외부에 말하는 것 자체가 실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도 굉장히 수치스럽고 이 일을 말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연 내 말을 믿어줄까.그리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는 피해자를 향해서 오히려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거든요. 왜 늦게까지 같이 술을 마셨냐, 왜 일찍 들어오지 않고 거기서 잠이 들었냐, 이렇게 피해자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오히려 신고하는 게 나에게 피해가 된다, 이렇게 생각들을 많이 해서 주저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고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사실 오늘 또 그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여대생이 취업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고용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했고요. 그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보도도 있었는데요. 대부분 여성들에게 성폭력 문제가 이렇게 심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심한 고통을 받는데 말이죠. 법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검찰은 이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지 여부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에 3심으로 간다면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십니까?

▶ 정혜선 변호사:

우선은 대법원이 1,2심이 다 무죄가 난 사건이기 때문에 1,2심 판결을 뒤집어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인데요.이 부분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서 국민들도 신뢰할 만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기를 바라야 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분명히 이번 판결은 좀 잘못됐다, 하시는 그런 입장이신 거죠?

▶ 정혜선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정혜선 변호사: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혜선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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