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측의 '무력도발 위협'과 남측의 '강경 대응'이 맞서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역의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음에도 NLL 해상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고 있다.
통상 남북 경색 국면이 전개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을 우려한 중국어선이 조업을 접고 본국으로 대피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7일 인천시 옹진군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북한이 남측 함정에 대해 '예고 없는 직접 조준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한 지난 8일 이후 최근까지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레이더망에 포착된 중국어선 수는 하루에 288∼331척이다.
북한이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함포와 해안포 등을 동원한 야간 해상사격훈련을 한 지난 13일과 14일에도 각각 310척과 309척의 중국어선이 서해 NLL 해상에서 조업했다.
이달 초 350척 안팎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일 100척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국어선은 북한 당국에 돈을 주고 조업허가를 얻은 뒤 서해 NLL 인근 북측 해역에 조업철 동안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이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우리 어장쪽으로 남하했다가 꽃게를 싹쓸이한 뒤 다시 북측 해역으로 달아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중국어선은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돌입하면 조업을 멈추고 본국으로 돌아가곤 했다.
실제로 북한 도발 위협이 있을 때마다 불법 조업 중국어선 수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0년 3월에는 하루 평균 80척에 그쳤다. 당시 하루 200∼300척의 중국어선이 서해 NLL 근해에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였다.
북한군이 2차례에 걸쳐 연평도 인근 해상에 포사격을 가한 2011년 8월에도 중국어선은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같은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에도 130척에서 10여 척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해경도 서해 NLL 해상에서 갑자기 중국어선이 줄면 오히려 북한의 무력 움직임을 우려해 대비태세를 강화하기도 한다.
경비업무를 맡은 해경 관계자는 "서해 NLL에 중국어선이 없으면 태풍 전야처럼 긴장된다"며 "안보적인 입장에서는 중국어선이 많을 때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해경은 중국이 북한과 외교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경색 국면에 들어가기 전 북한 당국으로부터 "안전하다"라는 언질을 미리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 다른 관계자는 "중국어선이 (북한으로부터) 충분한 고지를 미리 받았으니깐 변함없이 조업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중국어선들도 피해가 예상됐으면 이미 다른 곳으로 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경은 남북 관계와 상관없이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는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