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이혼,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친권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유명 연예인이었던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8년입니다. 최 씨가 사망한 이후 아이들에 대한 친권이 이혼한 아버지인 고 조성민 씨에게 넘어가게 되자 논란이 된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상속될 최 씨의 막대한 재산을 친권자인 조 씨가 관리하게 된다는 것에 최 씨의 가족들은 물론 많은 이혼 가정들이 제도의 불합리함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한쪽 부모가 사망하면 나머지 한쪽 부모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의 심사를 거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대법원은 친권을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감호 및 재산관리를 적절히 함으로써 그의 복리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신분상, 재산상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미성년자녀에 대해 친권자가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친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감수해야할 일상생활의 불편이 적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50살 장희정 씨는 11년 전 이혼했습니다. 딸과 아들을 키우게 됐지만 큰딸의 친권은 전 남편이 갖게 됐습니다. 처음 느낀 불편은 보험을 들 때였습니다. 큰 딸의 보험을 들려고 했지만 친권이 없어서 수급자 지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장 씨가 보험료를 계속 내더라도 수령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지요.

지난해에는 팔순 노모를 모시고 중국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했지만 끝내 출국하지 못했습니다. 친권자인 전 남편이 병원에 있어서 여권 발급에 필요한 동의를 해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친권을 갖더라도 이혼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습니다. 전북 군산에 사는 42살 윤 모 씨는 17년 전 이혼했습니다. 이혼 직후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윤 씨는 아버지 병수발은 물론 두 남동생의 뒷바라지까지 했습니다. 6살, 4살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을 때였지요. 식당, 우유배달 등 궂은일로 집안을 꾸려 나가면서 젊은 나이에 병도 얻게 됐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우울증_500

다발성 근육 통증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지요. 게다가 딸도 가출해 더 이상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윤 씨는 아들의 병역 면제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병무청은 전 남편의 금전적 지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 거래 내역 조회에 대한 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혼하면서 생사조차 확인이 안되는 전 남편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말에 결국 윤 씨는 아들의 병역면제를 신청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국내 이혼율은 몇 년 전까지 주춤하다가 최근 2~3년 들어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모두 11만 5천5백 건이었는데 하루에만 316쌍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셈이지요. 특히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49.5%로 절반에 달해 친권을 둘러싼 불편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법원에서 이혼 부모 모두에게 공동친권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여권 발급이나 보험 가입 등 일상생활에서 양쪽 부모 모두의 동의를 요구하는 일이 많아 불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엄경천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양육권이란 개념 자체에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권리지만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동안은 이혼한 경우 아버지만 친권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법 아래에서 정착된 제도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이혼 후 친권이 없이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나 어머니들의 주장은 한결 같습니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최소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친권과 같은 권한을 주거나 법 개정이 어렵다면 행정, 제도적인 배려를 해달라는 것지요.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이들의 불만의 목소리에 이제는 귀기울여야할 때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장훈경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