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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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지중해 표류 중이던 선박 5척에서 난민 1,500명 구조

4월 10일·12일,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지중해에서 난민 5,629명 구조

4월 12일,

리비아 출발 난민선 지중해에서 전복, 4백여 명 사망, 140여명 구조

4월 19일,

리비아 출발 난민선 지중해에서 침몰, 최대 8백 명 사망 추정

또 다시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4월 들어서만 무려 1천 명이 넘는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익사했습니다. 물론 지중해 난민들이 문제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이런 대형 참사는 2013년 가을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제가 논설위원 칼럼 3편을 썼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 우려되는 일은 이런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 [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1)

▶ [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2)

▶ [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3)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해 망명자의 수는 급속히 늘었습니다. 2013년 보다 전 세계적으로 등록된 망명자의 수가 45% 증가했습니다. 86만6천 명의 망명자가 새로 등록됐는데, 이는 그 전해 보다 26만 9,400명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남부 유럽에서 망명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해 남부 유럽 국가들에 등록된 망명자 수는 17만 7백 명, 2013년 보다 무려 95%가 급증했습니다. 터키에 8만 7,800명, 이탈리아에 6만 3,700명이 새로 망명자로 등록됐습니다. 지난 해 발생한 망명자 중 82.5%인 71만 4,300명이 유럽에 들어갔으니까 그 통로로 남부 유럽이 이용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남부 유럽행의 가장 중요한 통로가 지중해입니다.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나 몰타, 멀리는 터키, 그리스까지 향합니다. 물론 터키는 시리아 같은 중동 국가에서 육로를 통해 넘어오는 난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중해를 통한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탈출은 그동안은 주로 여름 이후 가을에 집중됐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야 하고 바람이나 파고 등 바다의 상태도 상대적으로 좋을 때를 고른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추세가 달라졌습니다. 올해 경우 겨울이 지나자마자 난민들의 탈출 러시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는 일부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혼란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금 지중해 난민은 주로 시리아와 리비아 출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비극의 피해자들은 리비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두 나라의 내정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서 특징적인 면은 리비아 출신 난민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연합 산하에 유럽 망명자 지원 사무소(EASO)가 있습니다. EASO는 매년 보고서를 내는 데 2013년 보고서까지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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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보고서의 표입니다. 이 표를 보면 난민 발생이 여름 이후 가을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표에 나와 있는 집계는 유럽연합 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전체 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지중해 난민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추세를 보면 겨울에는 난민 신청이 줄어들고 여름부터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너무 이르게 지중해 난민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표는 또 난민 발생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줍니다. 난민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구체적으로 2013년 보고서를 통해 왜 지금 리비아 난민이 우려스러운가를 짚어봅니다. 2013년 1년 동안 주요 난민 발생국은 5개 권역으로 구분됩니다. 서부 발칸 반도 출신이 7만여 명으로 가장 많고, 시리아 출신이 5만여 명, 러시아 출신이 4만여 명, 이어 아프가니스탄, 파카스탄 출신의 순으로 난민들이 유럽연합 국가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2014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연례보고서는 아직 안 나왔지만 2014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시리아 출신이 128,670명, 에리트레아 47,150명, 아프간 42,665명, 코소보 38,360명, 세르비아가 31,105명 순입니다.

이어 이라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출신이 많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지중해를 통해 탈출하려는 난민은 이들 국가 가운데 시리아, 에리트레아, 나이지리아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리비아 출신 난민들은 그리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 들어 갑자기 리비아 출신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달 들어 대형 참사가 난 배에는 주로 리비아 출신 난민들이 타고 있었고, 배의 출발지도 리비아였습니다.

난민 발생 주요국 중 5위 안에도 들지 않았던 리비아는 갑자기 엄청난 난민 대기소가 돼 버렸습니다. 유럽연합의 국경을 담당하는 프론텍스에 따르면 리비아에서만 50만 명에서 1백만 명이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밀입국조직이 끼어들면서 1인당 수천 달러 씩 받고 난민들의 유럽행을 주선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연합은 바로 이 밀입국조직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밀입국조직이 돈을 받고는 작은 배에 수백 명 씩 몰아넣어 유럽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중해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19일 참사의 경우 침몰한 배에 몇 명이 탔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초 7백 명이 탔다고 했다가 생존자의 말에 따라 최대 950명이 탄 것 같다는 추정도 나왔습니다.

그러니 과연 정확히 몇 명이 숨졌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비슷한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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