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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상의원' 상업영화 틀에 묻힌 감독의 빛나는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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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로 데뷔한 이원석 감독은 톡톡 튀는 개성과 참신한 연출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데뷔작은 아쉬운 흥행 성적을 거뒀지만, 그를 주목하는 업자들은 많았다.

이원석 감독의 미국 유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영화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70억 대작 '상의원'의 연출을 제안했다. '추격자' 나홍진 감독,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 등을 발굴한 김 대표의 안목은 충무로에 정평이 나 있었기에 이 흥미로운 조합은 큰 기대를 모았다. 

참신한 감각을 자랑하는 젊은 감독과 변주의 폭이 크지 않는 사극 영화, 과연 어떤 그림이 나올까. 기대와 우려 속에 영화 '상의원'이 베일을 벗었다.  

'상의원'은 조선 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 최초 궁중의상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장인의 대결을 그린 영화.

30년 동안 상의원에서 의복을 담당해온 천민 조돌석(한석규)은 왕의 총애를 받아 6품 진급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중 화류계에서 타고난 손재주와 탁월한 감각으로 이름을 날리던 공진(고수)이 왕비의 부름으로 입궐하고 왕실의 인정을 받게 된다. 원하던 것을 눈앞에 둔 돌석은 공진의 뜻밖의 등장에 의기의식을 느끼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질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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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은 '관상'이 내세운 소재의 참신성과 '왕의 남자'가 보여준 정서적 공감, '광해'가 보여준 메시지를 모두 담으려 한 사극이다. 내용적으로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로 대변되는 타고난 천재와 노력형 인재의 대립 구도를 띄는 영화다. 여기에 서자 컴플렉스를 가진 왕과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왕비까지 가세하면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왕실의 의복을 책임진 상의원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기존의 사극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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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바탕으로 한 감동 드라마를 위해 이원석 감독은 전작에서 빛났던 개성을 죽인 대신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신분에 대한 결핍, 재능에 대한 결핍, 인정에 대한 결핍, 애정에 대한 결핍 등 가지지 못한 것을 갈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탐미, 사랑, 질투, 욕망 등과 같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네 배우에게 고루 포커스가 가면서 극이 산만해진다. 그러다보니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핵심이 보이지 않는다. 

한석규는 무게 중심을 잡으며 가장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지만, 존재감 면에서는 약하다. 극 후반부 질투와 욕망의 광기가 발현된 압도적인 신을 보고 나면 돌석의 드라마에 좀 더 집중하지 못한 아쉬움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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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살릴 것과 버릴 것을 제대로 취사선택하지 못한 감이 있다. 이원석표 사극에 대한 기대가 참신함과 개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제대로 날개를 펼치지 못한 인상을 준다. 독특한 것은 낯선 것, 새로운 것은 위험한 것이라는 상업영화의 보이지 않는 벽이 감독의 색깔을 자제하게 되는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판타지 신의 경우 이원석 감독이 비주얼 디렉터로서의 낙관(落款)을 새긴 것이라 할 수 있다. 흐름으로 놓고 보자면 다소 튀지만, 시퀀스 자체로만 본다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사랑스럽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아쉬움을 차치한다면 '상의원'은 볼거리가 풍부한 사극이다. 미학적 성취에 있어서는 기존의 사극을 뛰어넘을 만큼 진일보 했다.

특히 상의원이라는 공간의 주는 신비로움과 두 천재 디자이너의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낸 의상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낸다. 충무로의 또 다른 장인 조상경 의상감독이 철저한 고증을 거친 끝에 만들어낸 빛깔 고운 한복은 관객에게 만족스러운 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7분, 개봉 12월 24일.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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