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금 전 뉴스에서도 보셨듯이 윤 일병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 병사들에 대한 군사법원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31일) 현장 브리핑에서는 이 1심 판결의 자세한 내용, 그리고 의미를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수영 기자, 일단 군 법원의 판결 내용부터 자세히 볼까요?
<기자>
네, 군 법원의 판단은 지난 24일에 있었던 군 검찰의 구형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먼저 주범 이 모 병장은 사형이 구형이 됐었는데, 군 법원은 징역 4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무기징역이 구형됐던 가해 병사 3명 가운데 하 모 병장은 30년, 그리고 나머지 2명은 25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윤 일병이 전입온 지난 3월부터 거의 매일 폭행이 이루어졌고, 범행 이후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해 병사들이 뒤늦게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죄질이 불량하고 생명을 해쳐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덧붙였습니다.
가해자 가운데 유일한 간부였던 유 모 하사는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5년이 늘어났습니다.
윤 일병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렇게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서 군 법원은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겁니다.
이 밖에도 폭행의 가담 정도가 약했던 이 모 일병에 경우에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앵커>
과연 살인죄를 적용하느냐 여부가 이번 재판의 가장 핵심 논란거리였는데, 결국 군 법원은 살인죄는 적용을 하지 않은 셈이됐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명시적으로 "살인죄는 무죄다."라는 사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대신에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는 취지로 양형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재판부가 말한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중형은 중형이지만, 살인죄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기 위해 재판부의 표현을 좀 더 인용해보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확정할만한 의심이 배제되지 않았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말이 좀 어렵죠?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것은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알면서도 범행을 했다는 것인데, 재판부는 가해 병사들이 폭행을 하면서 윤 일병이 죽을 것 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그 동안 가해 병사들은 윤 일병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윤 일병을 때리면서 죽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계속 진술을 해왔는데요, 일단 군 법원은 이들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상해치사죄 치고는 형량이 많다. 이런 주장들이 나올 수가 있겠어요, 상식적으로 봐서도 그렇고요.
<기자>
네, 어제 군 법원이 주범인 이 모 병장에게 선고한 징역 45년 형은 우리 사법 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특히 가해 병사의 한 변호인도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면서 군 법원이 이렇게 높은 형량을 내릴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데, 유기징역의 형량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시행된 개정된 형법에 따라서 최대 30년입니다.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형량이 추가될 수가 있는데요, 이때는 최고 형량 30년의 절반인 15년을 더할 수 있습니다.
이 병장은 상해치사 말고도 상습폭행을 포함해 5가지 혐의가 더 있기 때문에 징역 30년에 15년을 더한 45년이 선고가 된 겁니다.
사실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군 법원이 살인죄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선고를 한 것은 법적인 판단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 검찰과 가해병사 측도 항소의 뜻을 밝힌만큼 살인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에서 이어지게 됐습니다.
<앵커>
네, 형량이 크긴 합니다마는 일단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부분의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가 있고요, 이제 유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 까요?
<기자>
네, 유족들은 계속 살인죄를 주장하면서 가해 병사들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나오자, 유족들은 오열하기 시작을 했는데요, 일부 유족의 경우에는 미리 준비한 흙을 재판부와 가해 병사를 향해 뿌리기도 했고, 왜 살인죄가 아니냐고 울부짖으며 주저앉아도 했습니다.
[윤 일병 어머니 :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을 해봐요. 어떻게 살인이 아니냐고요 이게. 이 나라를 떠날래요.여기서 안 살아요.]
윤 일병 유족 측 변호인은 여러 가지 사실관계를 종합해 볼 때 가해병사들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군 검찰도 군 법원이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양형이 부당하다며 즉시 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일단 1심 선고로 윤 일병 사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어느 정도는 일단락이 됐습니다마는 여전히 논란이 방금 보신 것처럼 이어지는 부분도 있고, 또 해소되지 않은 이런 부분은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기자>
네, 일단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살인죄 적용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항소심뿐만 아니라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인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1심 재판부가 한 만큼 감형 논란이 항소심에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또 윤 일병 유족들이 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28사단 헌병대장을 포함해 5명을 고소한 상태여서 부실 수사 논란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앞서 군 검찰은 사건 내용이 공개되기 전에 가해 병사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다시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해 스스로 초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윤 일병 군 조사라인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 윤 일병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가해자, 피해자의 관계는 별개로 조사, 또는 수사를 제대로 했느냐 이부분에 대한 논란이 계속 남을 수 있다. 이런 취지의 말씀인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