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직원의 인터뷰를 통해 듣는 의사와 제약회사 직원의 더러운 뒷거래, 리베이트 취재파일 2탄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약회사 직원이 의사에게 건넬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 지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1. 손은 눈보다 빠르다. 삽시간에 현금을 바꿔라.
(질문) 의사들이 원하는 건 현금인가요?
당연합니다. 세상에 현금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의사도 마찬가지로 현금을 원합니다. 흔적이 남지 않으니까요. 메이커(제약회사)는 어차피 약의 효능이 서로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리베이트는 현금 동원 능력으로 승부가 갈립니다. 회사가 현금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있다가 의사들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리베이트 수사가 들어왔을 때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적절히, 티가 나지 않게 현금을 빠르게 바꾸는 게 영업사원의 능력입니다.
(질문) 영업할 때 어떻게 바꾸셨는지 알려주세요.
우리 용어로 구매라고 하는데요. 닥치는 대로 깡(카드로 결제 후 일부 비용을 공제하고 현금을 돌려받는 행위)을 합니다. 영업사원에게는 법인 카드가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이나 기프트카드를 산 다음에 그걸 현금으로 다시 바꾸는 겁니다. 이해하기 쉽게 의사가 오늘 3천 6백만 원을 원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단 영업사원이 의사로부터 3천 6백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머릿속으로 얼마를 깡을 해야 3천 6백만 원을 만들 수 있는 지 계산합니다. 영업사원에게 깡은 밥 먹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처음에는 깡이 복잡한 것 같아도 몇 번 하다보면 자동으로 얼마를 깡을 해야 원하는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척척 계산이 나옵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일반적으로 깡을 하면 깡을 해 주는 곳에서 5%를 가져갑니다. 3천 6백만 원을 만들려면 3천 6백만 원만 깡을 해서는 부족하다는 거죠. 3천 7백 90만 원을 해야 190만 원 정도를 깡 해주는 업체가 먹고, 나머지 3천 6백만 원이 현금으로 남습니다.
(질문) 깡을 위해 주로 사는 건 상품권인가요?
상품권만 계속 사면 그것도 위험합니다. 백화점에 가서 상품권을 사는 게 일반적이고, 은행에 가서 기프트카드를 사거나 주유 상품권을 사기도 합니다.
(질문) 깡을 어디서 하죠?
보통 백화점 주변에 있는 상품권 팔고 사는 구둣방 같은 거래소를 갑니다. 요즘에는 여자들이 샤넬 같은 명품 가방 살 때 상품권 바꾸러 많이 가잖아요. 5백만 원짜리 가방을 현금이나 카드로 사면 500만 원 다 내야하는데, 상품권 액면가가 10만 원인 걸 보통 그런 곳에서는 9만 5천 원에서 9만 7천 원 정도에 파니까 상품권을 먼저 싸게 산 다음에 가방을 사면 몇 십만 원 싸게 산다고. 그런데 그런 거래소 상품권이 어떻게 그렇게 많겠습니까? 주인들이 다 가서 사올까요? 아니죠. 물론 사는 것도 있지만, 저희 같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깡을 하면서 가져간 상품권들이 주를 이룰 겁니다. 상품권이 돌고 도는 거죠.
(질문) 그냥 상품권이나 기프트카드 상태로 주면 안 되는 이유가 뭐죠?
상품권에도 현금처럼 고유 번호가 있어요. 추적하면 추적이 다 가능해요. 기프트 카드도 마찬가지죠. 카드와 똑같아서 뒤지면 전부 걸리게 돼 있어요. 구매는 제약회사에서 했는데, 사용한 사람은 의사면 ‘나, 리베이트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꼭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롯데 상품권이라고 해 봅시다. 의사가 상품권 3천 6백만 원 어치를 어디에 쓸 거예요. 게다가 상품권은 롯데는 롯데백화점에, 신세계는 신세계 백화점에서만 써야하는 거잖아요. 주유 상품권도 그래요. 무슨 기름을 3천 6백만 원어치 넣겠어요. 반면에 캐시, 즉 현금은 어때요. 어디든지 쓸 수 있잖아요. 의사가 차를 바꾸고 싶으면 차를 살 수도 있는 거고. 집에다 보관했다가 금을 살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질문) 현금 줄 때는 전부 일시불로 줘야 하나요?
제약회사마다 리베이트 주는 금액이 다르지만, 제가 영업할 때는 보통 30%를 줬습니다. 이렇게 하면 감이 잘 안 오죠? 의사가 우리 회사 약을 한 달에 천만 원 정도 쓸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 봅시다. 리베이트 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합니다. 한 달에 우리 회사 약을 천만 원 쓰면 일 년에 1억 2천만 원이잖아요. 여기에 30%면 3천 6백만 원이 되는 건데 일시불로 원하면 일시불로 주고 금액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우면 나눠서 주기도 하죠. 한 번에 너무 많은 현금을 마련하는 건 단속망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2. 진상 부려도 꾹꾹 참아라.
(질문) 병원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의사도 있다던데요.
아예 대놓고 말합니다. 환자들이 대기하면서 볼 수 있는 TV 달아 달라, 컴퓨터가 낡았으니 바꿔 달라. 별의 별 요구를 다 하죠. 안 해주는 게 없습니다. 법인카드로 결제 안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학회 가면 숙소 결제해주지, 외국가면 체재비 대주지, 심지어 뷔페 식사권도 사서 줍니다. 운동지원, 도시락 지원도 해주죠.
(질문) 회사에 “00병원 과장 컴퓨터 바꾸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돈이 나온다고요?
기안을 써야 합니다. 이유가 타당해야 나오죠. 이미 거래를 하고 있어서 충분히 우리 약을 써 줄 능력이 증명되는 병원이면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거래가 없는 병원에 신규 거래를 터야하는 상황일 때도 있죠. 그럼 기안을 쓸 때 지금 2백만 원을 들여서 컴퓨터 교체를 해 주면 몇 달 안에 내가 천만 원 정도 약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씁니다. 2백만 원 들여서 천만 원 뽑아주겠다는데 회사에서 돈 안내주겠어요? 당연히 내 주지.
(질문) 앞을 내다보고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 이야기네요.
그럼요. 만약에 내가 2백만 원 기안 내서 의사의 컴퓨터를 바꿔줬어요. 그럼 담당자(영업사원)는 쪼일까요? 안 쪼일까요? 당연히 쪼이죠. 확실하니까 보고 주는 거예요. 제가 매달 원장 4명 술값으로만 3백만 원 들어갔는데 거래가 없어, 그럼 회사에서 놀라 자빠집니다. 거래가 있어야죠. 영업사원은 그 병원에서 자기가 맡은 제품(약) 처방만 나오면 뭐든 다 합니다. 안 해주면 내가 죽을 판인데요.
의사들에게 약을 팔기 위한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현금 마련 방법, 어떻게 보셨습니까. 우리가 처방받아 먹는 약에는 그 약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있겠지만, 마케팅비용도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 마케팅비용은 의사들에게 “우리 회사 약 좀 써 주십사...”하고 판촉하는 데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죠. 모든 의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은 다수의 의사들에게 줄 현금을 마련하려고 상품권을 바꾸고 있을 겁니다. 제약회사라고 해서 이런 짓을 하고 싶을까요? 아닙니다. 경쟁회사가 다 하기 때문에, 그렇게 뒷거래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하는 측면이 큽니다. 제약회사 영업직원이라고 모두 영업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실적을 강요받다가 자살하는 영업직원이 괜히 나오겠습니까. 리베이트 없이는 약을 팔 수 없냐고요? 그 문제에 대한 답은 다음 취재파일에서 다루겠습니다. 최근 변형된 리베이트 수법 소개와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