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노인 인구 늘어난다는 것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령화 사회를 맞을 준비가 잘 되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쉽게 긍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22일)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노인 사고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부 한승구 기자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올 상반기에 또 노인 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가 됐군요.
<기자>
네, 조금 전에 김범주 기자 얘기했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굉장히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또 늘었다고밖에는 말씀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도로교통공단 집계 결과인데요, 올 상반기까지 65세 이상 노인들의 사고는 1만 5천 200건이 좀 넘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하고 비교를 해보면 10%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체 교통사고가 2.5% 늘었는데 노인 사고는 10%나 늘었다고 하니까 비중도 굉장히 커진 겁니다.
반면에 13세 이하 어린이들의 사고는 5천 700건으로 전체 숫자도 적고 지난해보다 오히려 1.1%가 줄어서 비교가 됐습니다.
<앵커>
이거 노인 사고라는 것이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까 당연히 많아지는 거겠지만, 이것을 숫자로만 볼 수 없는 그런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되고, 바로 이런 변화들이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점 때문인데요, 제가 지난주에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종로에 탑골공원을 한 번 다녀와 봤습니다. 화면 보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차량들 사이로 무단횡단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옆에 횡단보도가 있었는데도 무단횡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요, 물론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무래도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노인들의 경우에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 차가 지금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속도로 나에게 접근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 이 정도면 나는 길을 건너갈 수 있겠다."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차가 훨씬 더 가깝고 훨씬 빨리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요즘은 또 보행자뿐만 아니라 직접 운전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거든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에 비해서는 순발력도 떨어지시고, 운동 신경도 떨어지시죠?
<기자>
네, 노인 사고 늘었단 말씀 드렸는데 보행자 사고도 늘었고 운전자 사고도 똑같이 늘었습니다. 탑골공원 화면을 다시 한 번 보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젊은이와 노인의 보행 장면을 비교를 한 겁니다.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의 차이를 본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문제고, 사회적으로 잘 알아주지 못하는 인식도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운전자의 입장과 보행자의 입장이 충돌할 수 있다는 건데요, 운전자는 "내가 이 정도로 차를 몰면 보행자가 건너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반대로 보행자는 "내가 이 정도로 걷고 있으니까 차가 알아서 멈추겠지." 이런 데서 소통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건 노인이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전할 때 앞차만 보고 운전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옆 차선도 봐야 되고, 신호도 봐야 되고 볼 게 많은데 이런 많은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하기가 쉽지가 않고, 또 반응 속도 같은 것들도 떨어지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 운전자와 일반 보행자로 상황을 바꿔봐도 역시 두 사람들 간에 상호적인 소통이 좀 부족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 되겠습니다.
<앵커>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마는 이게 스쿨존처럼 노인 보호구역이라는 게 또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기자>
네, 여전히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도가 생긴 지 벌써 올해가 8년째입니다.
과연 이 제도가 그래서 잘 정착됐느냐 여기에 대해선 좀 회의적입니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의 다른 공원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주변의 차량 속도를 한 번 재 봤는데요, 보이시죠. 시속 59, 시속 63, 69km까지 나옵니다.
여기 제한 속도가 시속 50km이니까 훨씬 넘는 수준입니다.
노인보호구역은 복지관이나 경로당, 아니면 이런 공원처럼 시설 주체가 이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 이렇게 지자체에 요청하면 이뤄집니다.
이렇게 표지판도 세우고 상황에 맞게 속도 제한도 둘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시설들 입장에서는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별다른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자체 입장에서도 시설물 설치해 주고 이런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스쿨존의 경우에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해서 지원도 많이 들어가고 하지만 실버존은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도 없고요, 그렇다 보니까 스쿨존이 지금 전국에 1만 5천 개가 넘어가는 동안 실버존은 아직도 600개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 스쿨존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벌금이나 벌점이 2배가 되지만, 실버존에서는 그런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게 안이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명인 것 같은데 좀 좋은 대안 없을까요?
<기자>
일단 운전자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일본이나 미국, 호주 같은 경우에는 연령에 따라서 면허 갱신이라든가 신체검사의 기준에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를 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최소한 적성검사 때만이라도 간이 검사를 통해서 신체적인 능력, 그리고 정신적인 능력이 이상이 없는지 그렇게 간단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이런 방안을 마련하는 걸 검토하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일단 보행자 측면에서 보면, 일단 실버존이 마련돼 있으니까 스쿨존 수준으로라도 관심을 높여야 되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교통 체계 전반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라는 얘기를 전문가들이 많이 하는데요, 스쿨존 만든다고 어린이들만 안전해지고, 실버존 만든다고 노인들만 안전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 구역을 다니는 모든 보행자가 안전해지고 혜택받는 겁니다.
그래서 각각의 보호구역들을 통합 관리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일반의 안전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한승구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노인 문제는 이제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인식 아래 여러 가지 다양한 대책들이 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