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윤성호 영화감독
▷ 한수진/사회자:
문화와 시사를 오가는 전방위 토크시간 <문화공작소>, 윤성호 영화감독과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윤성호 영화감독: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연휴는 잘 보내셨고요?
▶ 윤성호 영화감독:
연휴에도 계속 미팅이 많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미팅이요, 아직도 미팅을 나가시나요?
▶ 윤성호 영화감독:
(웃음) 일 관련한 회의를 미팅이라고 하는데. 저는 어머니, 아버지 보는 것도 미팅으로 쳐가지고요. 월요일은 부모님 미팅이었고.
▷ 한수진/사회자:
광화문 광장에도 다녀오셨다고 제가 이야기 들었는데.
▶ 윤성호 영화감독:
네, 그래서 관련한 소식이나 풍경들을 전해볼까 합니다. 추석 연휴 동안에 아마 친지들, 어른들 모인 자리에서 세월호 또는 세월호 특별법이 분명히 잠깐 화제나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동안에도 세월호 유족들은 외로운 추석들을 보냈겠죠, 쓸쓸한 마음의 추석을 보냈을 텐데요. 그 와중에 여러 가지 해프닝들이 있었습니다. 특별법 관련해서 여전히 광화문 광장 또는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하고 계시거나 여전히 진도 체육관에 계신 실종자 유가족들도 있죠. 그 기간에 다 아시겠지만, 일베 유저들이 유족들을 자극하는 폭식 행사를 광화문에서 열기도 했고요.
그런 추석 민심에 대해서 언론들이 채집한 동향과 판단이 있을 텐데. 이게 또 참 제각각입니다. 인용하자면, 조선일보 같은 경우 인터뷰나 사설 등을 통해가지고 ‘사람들이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같은 그런 이슈로 시작해가지고 세월호에 관한 피로감이 늘어간다, 이런 논조의 기사들이 좀 있고요. 동아일보 역시 ‘팽목항만 챙기지 말고 민생을 챙겨라, 분노의 추석 민심이다’ 하면서 사실 정치권을 꾸짖는 것처럼 하면서 약간 유족들을 위축시키는 기사죠, 아무래도.
반면 경향신문은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추석 메시지를 올리는데 세월호의 “세” 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걸 지적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지적했고요. 각자의 색깔마다 다른 진단이라든지 풍경을 내놓고 있죠.
그런데 제가 광화문 광장에, 저도 진짜 몇 달 만에 나가봤습니다. 제가 그 전에 살던 곳이 종로여서 자연스럽게 지나던 곳인데, 반년 전에 이사를 갔거든요. 그래서 사실 거의 처음으로 이번에 찾아가봤는데요, 생각하고는 다른 풍경이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어땠는데요?
▶ 윤성호 영화감독:
일단 일베 유저들이 “광화문 광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어라. 왜 당신들이 너무 점유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저는 거기를 완전히 메우고 있지 않나 생각하면서 갔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이순신 장군 동상보다도 조금 더 안쪽에서, 광화문 광장을 제가 직접 측량한 것은 아니지만 1/4에서 1/5 정도를 텐트처럼 해놓고 거기에서 조용하게 단식을 진행하고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광장을 다 점거한 것 같은 그런 보도도 있었는데 그런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고요.
▶ 윤성호 영화감독:
네,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더라고요. 마침 어제 추석연휴 끝 날이잖아요. 그러니까 많은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나와 가지고요. 거기 보면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 분수가 있습니다. 거기서 너무 많은 귀여운 꼬마들이, 어른 팔뚝만한 꼬마들이 흠뻑 젖어서 뛰어 놀고 있더라고요, 굉장히 평화로운 풍경인데. 그것들을 유족들이 씁쓸히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평화로운 시민들이 여유를 누리는 풍경과 또 씁쓸하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족들이 분명히 공존이 가능했고요. 그걸 넘어서 굉장히 긴 광장이 있어가지고, 그렇게 일베 유저나 이런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이게 뭐 과장,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거나 그렇지는 전혀 않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영화인들도 지금 광장에 많이 계시죠?
▶ 윤성호 영화감독:
네, 지금 유가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특별법의 안이 있죠. 그거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어떤 팩트들이 있는데. 기소권과 수사권을 유족들에게 주자는 주장에 동조하기 위한 단식을 하는 여러 단체들이 있습니다. YMCA라든지 종교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굉장히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영화인들입니다.
8월 9일, 일찌감치 동조단식 1일차에 들어섰어요, 한 달이 훌쩍 넘었죠. 처음에는 영화인 동조단식에 들어섰을 때 류승완 감독, 또 명필름을 만들었던 이은 대표라든지. 감독으로 활동했던 분이죠, ‘워낭소리’ 로 유명한 고영재 대표, PD등등 영화의 각 어떤 포지션이나 직능을 대표하는 분들도 참여를 했어요.
이어서 곧바로 여기 참여한 분들이 박찬욱 감독, 봉준호, 임순례, 변영주, 김지운, 이름만 들어도 기라성 같은 한국의 감독들이죠. 그리고 문소리 씨, 김혜수, 송강호 등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고요. 이분들 중에 현장에 참여해서 진짜로 하루 1박을 하면서 같이 함께 한 분들도 있고.
이쪽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요, 원거리 단식 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가지고요. 노란 도화지에 자기가 보낼 메시지를 쓴 다음에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거죠. ‘나는 오늘 하루 단식에 참여하겠다’ 원거리 동조 단식을 하다보니까, 영화인 텐트에 아무래도 인증샷들이, 촤라락 모자이크처럼 되어 있고요. 아무래도 시민들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겠죠, 관심이 없던 분들도.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지금 영화계 각 분야의 여러 분들, 배우들이 함께 참여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윤성호 영화감독:
흥미로운 점은, 이번처럼 어떤 사회문제에 영화인들이 (참여)한 게 거의 한 8년 만이에요. 스크린 쿼터 같은 영화계 현안, 8년 전에 다 응집한 적이 있었고요. 이번에는 사실 영화계 현안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모인 게 약간 좀 드문 사례이고요. 또 흥미로운 점은 제작자들이 중심이라는 겁니다. 제가 지금 감독과 배우들 이름을 열거했지만, 지금 이게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고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중에 하루나 이틀 정도를 단식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이 사흘, 나흘을 버티거나 아니면 1주일마다 사흘 간격으로 오셔서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 분들이 사실은 주로 제작자들이에요.
가령 최근에 ‘변호인’을 히트시켰던 최재원 대표라든지, 현장에 가보면 이런저런 영화의 프로듀서 분들, 이명세 감독과 함께했던 오수미 PD라든지, 영화에서 선배급에 해당되는 제작자나 프로듀서들이 많이 앉아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왜 그럴까요, 그걸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윤성호 영화감독: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인기나 여론의 영향을 덜 받는 분들이 제작자입니다, 영화의 뒤에서 살림을 하는 분들이죠. 아무래도 이름과 얼굴을 파는 배우나 감독들보다 전면에 나서기 좀 유리하다, 라는 분석도 있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시장의 상황이나 정권과의 관계에서 영화인들이 자유롭기 힘듭니다. 대중영화인들이 자유롭기 힘든데. 그런 분들이 계속 꾸준히 발언을 하는 이유가 뭘까 했을 때, 제 생각에는 답이 심플합니다. 상당한 사건이라는 거죠, 이게. 그냥 사건이 아니라 무척 슬프고 참담한 이미지를 남긴 사건입니다, 세월호의 침몰은.
영화인들은 어떤 스펙타클, 보여지는 풍경에 예민한 사람들이거든요. 그걸로 세상을 관측하고 스토리와 그림으로 꾸며 내놓는 이들이지 않습니까? 가령 이전에 김선일 씨 참수사건, 그 이미지가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는데. 거기에 어떤 무력감을 느낀 연출자들이 그 비극을 반영한 이미지들을 영화 속에 참 반영을 많이 했습니다. 가령 대표적으로 ‘친절한 금자씨’에서 여러분들이 상기할 수 있을 거예요. 그전에 나왔던 ‘추격자’라든지 이런 영화들이 분명히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어떤 저널이나 평론의 분석들이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직접적으로 그 사건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 윤성호 영화감독:
네, 거기에서 분명히 차용한 이미지, 그 비극 앞에서 우리가 무력했던 것을 반성하거나 반영한 이미지들이 있죠, 영화 속에. 세월호의 침몰, 우리 국민들이 다 같이 목도를 하지 않았습니까? 손을 못 쓰고. 충분히 구할 수 있던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했던 그 참담한 풍경을 속절없이 지켜본 시간, 또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이어진 관의 무능력한 행보들, 이걸 이미지와 내러티브로 사고하는 영화인들에게 분명한 트라우마, 기억을 남긴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세월호 사건 역시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겠네요?
▶ 윤성호 영화감독:
참 이게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아마 이 사건은 언젠가, 이 사건을 두고 제가 좋은 소재라는 표현은 제가 감히 못 쓰겠고요. 하지만 충분한, 열성적인 취재와 숙고를 거친 각본을 통해 재구성되고 해석되고 기록되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가령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처럼요. 영화인들은 한국의 기성이기도 하잖아요, 여기 있는 분들이 주로 40~50대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반성과 통한의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시대를 기록하고 다시 극으로 구성해서 대중에게 내놓은 그런 본분을 가진 사람으로서 통한의 내러티브를, 시간이 지나야겠죠. 정연한 서사로 남겨야한다는 생각을 다들 한켠에 품고 있지 않을까, 이게 또 첫 단추가 아닐까 싶고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송인분들도 여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신 분들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영화인들이 더 발걸음 하는 이유가 방송인들은, 약간 시위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라면, 저널에 보도되는 방향이나 그런 것 안에서 판단을 유보한다든지 한다면. 영화인들은 어떤 판단들을 마음속에 품은 채, 아니면 지금 갈림길들을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지금 현장에서 보고서는 언젠가 5년 뒤, 10년 뒤에 이걸 필요한 서사로 내놓을 그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이야기로 말씀 나눠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윤성호 영화감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