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자 일본 아사히 신문의 언론비평 칼럼 '신문 삐딱하게 읽기'엔 아사히 신문의 불성실한 보도관행에 대한 비판 내용이 실렸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8월 5일, 제주도에서 다수 여성을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자사 기사들이 오보라고 인정했습니다.
당시 이 기사로 위안부 문제가 불거지고 '고노 담화'까지 나온 만큼, 아사히의 오보 인정은 일본 보수 정치인에게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큰 '구실'이 됐습니다. 이후 위안부의 본질 부분은 변한 게 없다는 자성론도 나왔지만 말이죠.
일본의 유명 언론인인 이케가미 아키라씨는 아사히 신문에 '신문 삐딱하게 읽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29일 원고로 아사히 신문을 비판하는 내용을 보냈습니다.
아사히 신문이 과거 기사가 오보라고 인정하고 취소했지만 정작 독자들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가 없고, 또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한참 전에 알고도 바로 정정하지 않은 건 언론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비판을 담은 칼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사히는 이 원고를 싣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오보 인정만 하면 됐지 독자들에게까지 시시콜콜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자세였겠죠.
그러자 이케가미씨는 "칼럼 연재를 중단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습니다. 이 일이 다른 언론들에서도 거론되자 아사히는 4일 자 신문에 이 칼럼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물론 이케가미씨와 독자들에 대한 사과의 뜻도 함께 담았습니다.
이 사건이 일본 사회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케가미씨는 1973년 NHK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5년 정년퇴직 직전에 프리랜서 기자 생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스스로 자료조사를 철저히 한 덕에 '박학다식한 기자', '공부하는 언론인'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성향은 우파도 좌파도 아닌 '중립 언론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뉴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특기로 일본 여러 방송에서 고정 코너를 여럿 갖고 있고, 어린 시청자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적 시각에서 보면 그의 위치는 약간 미묘합니다. KTX 도입 때는 신칸센과 떼제베를 경합시키며 한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고, 위안부에 대한 그의 태도는 '일본은 항상 미안해하고 사과하는데 한국 정부만 몰라준다'는 식의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2012년 한국 대선 때 아사히TV의 '배우는 뉴스'란 코너에서는 당시 박근혜 후보를 '일본에 우호적인 후보', 문재인 후보를 '반일적 후보'라고 단정해 설명하는 바람에 인터넷에선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말하는 취재파일이 아님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이슈에서도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날카로움은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킬 정도입니다. 2013년 초 일본 포털에서 그의 이름이 검색어 1위로 오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 총선에서 그는 TV도쿄의 개표방송의 인터뷰 코너를 맡고 있었습니다. 유력인사를 인터뷰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는 당시 총리로 유력했던 아베 자민당 당수에게 "당신의 뜻대로라면 자위대원을 전쟁터로 보내서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데, 당신은 과연 그런 명령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는 식으로 직설적인 질문을 날렸습니다.
또 극보수였던 이시하라 전 도쿄지사에겐 너무 예민한 질문을 많이 던지는 바람에 '무례한 놈'이란 욕까지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방송에서 이시하라의 욕설부분은 '삐- '처리가 됐다고 합니다)
그 때에 이어 오늘(4일) 오전에도 일본의 뉴스 포털에서는 그의 아사히신문 사건이 검색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과거를 바라보는 그의 성향을 논하기 전에 독자에 대한 그의 '경외심'과 그것을 무시하는 언론은 아무리 대형 언론사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칼럼'을 줄 수 없다고 하는 기자로서의 '근성'이 존경스럽습니다. 또 그를 평가하고 사랑하는 독자와 시청자가 그의 칼럼을 다시 제자리로 실리게 한 일본 사회의 저력이 부러우면서도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