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영상은 영화 ‘너를 부르마’의 일부다. 자연경관을 그린 예술영화같지만 속살까지 들여다보면 철저한 저항 영화다.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사연도 특별하다.
영화의 배경 굴업도는 서해에서 천연 생태가 가장 잘 보존된 섬과 동시에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섬이다. CJ그룹은 8년 전부터 이 섬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 지난 달 23일 CJ는 굴업도에 골프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CJ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골프장 건설 계획을 철회한 데는 예술인들의 저항과 그들의 활동 중 하나인 이 영화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이하 굴사모)'이 결성된 것은 2011년. 굴업도에 문화예술이라는 방패막이 생긴 셈이다. 대기업의 개발계획을 막아내기 위해 국내 유명 예술인들이 한 데 모인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회원 면면을 보면 CJ가 얼마나 큰 압박을 느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굴사모 회원: 연극인 손숙 박정자, 연출가 표재순, 만화가 박재동 이현세, 건축가 김 원 승효상, 사진가 배병우 주명덕, 소설가 이호철, 음악가 강석희, 화가 김정헌 윤명로 임옥상 이종상 홍정희, 조각가 강은엽 정보원, 무용가 김숙자 홍신자, 시인 조용미 채호기, 문화평론가 김화영, 미술평론가 김홍남, 김홍희, 출판인 이기웅 김태진, 패션디자이너 김동순 루비나 등
굴사모 문화예술인들은 굴업도를 무대 삼아 무용, 음악, 사진 등 여러 문화예술 활동을 펼침으로써 이 섬이 처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해 왔다. 영화 ‘너를 부르마’도 그 저항예술의 일부이다.
영화 '너를 부르마'(감독: 민병훈, 이세영)는 사진작가 김중만과 건축가 김원이 주인공을 맡고,환경운동가 이수용, 시인 이세기, 굴사모 실행위원장 박민영 씨 등도 보조 출연했다. 김중만 작가가 겪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고뇌를 굴업도를 배경으로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또 수려한 굴업도의 경관을 예술적으로 그려내 찬사를 받아 전주국제영화제, 프랑스 낭트제3세계영화제 초청됐다.
굴업도를 지키기 위한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냈다. 그 어떤 과격한 시위나 물리적 저항보다도 거센 압박이었고 그 울림은 컸다. 굴사모 회원들은 직접 CJ그룹에 항의 방문해 골프장 계획 철회를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CJ가 골프장 개발계획 철회를 발표한 직후인 7월 22일부터 3주간 종로 류가헌 갤러리에서 '굴업도 사진 영상전 : 섬을 찾는 사람들' 전시를 열었다. 재호 사진작가 이수범 씨의 사진들이 전시됐고, 한 켠엔 영화 ‘너를 부르마’가 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이수범 씨가 선보인 굴업도 사진은 단순한 풍광사진이 아닌 굴업도가 처한 현실을 직접 현장에 가서 설정하고 상징화한 새로운 기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섬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 주민, 개발주체, 환경인, 문화예술인 등 모두를 아우르고자 지난 3년간을 숨가쁘게 달려온 굴사모 구성원들의 노력은 문화예술인이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 개발계획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와 물리적 저항보다는 문화예술을 통한 완곡한 설득이 더 강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굴사모가 추구한 것은 단순한 개발계획의 철회가 아니라 기업과 현지주민, 생태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굴사모 대표인 건축가 김원은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대안이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굴업도의 생태 보존은 경제논리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CJ는 골프장 건설계획을 철회하면서 굴업도의 생태적 가치가 보존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굴사모는 굴업도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한 예술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