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황두두'를 아시나요?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중국 당국이 지난 6일과 7일 한국인 마약사범 3명을 잇따라 사형 집행해 충격을 던졌습니다. 주범이 아니라 마약을 운반한 사람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주중 대사관과 주선양 총영사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사법 당국을 방문하거나 공문을 발송해 인도적 측면에서 사형집행을 유예해 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지만 사형 집행을 막지 못했습니다. 

중국 형법 347조는 1kg 이상 아편 또는 50g 이상 필로폰, 헤로인 등 다량의 마약을 밀수·판매·운반·제조한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 무기징역,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규정보다 단 1g이 많아 사형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인 1명이 형장의 이슬이 된 지난 7일 북한 마약사범 1명에게도 예외없이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중국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국가의 사람이든 마약 밀수와 판매에 관련된 범법자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저는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행사 취재를 위해 지난 12일 중국에 있었습니다. 중국 관계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화제가 한국인 사형 집행으로 흘렀습니다. 그는 "'황두두'에 걸리면 중국인도 끝장인데 한국을 비롯해 외국인들이 이 점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두두'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가차없이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황두두'(黃賭毒)는 성매매, 도박, 마약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처벌의 강도로 보면 '두두황'(毒賭黃) 즉 마약,도박, 성매매가 맞겠지만 발음의 편의상 '황두두'라 불립니다. 중국에서 이 말이 본격적으로 나온지가 20년이 넘어섰습니다.

개혁개방이후 경제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 사회가 퇴폐와 부패 풍조에 빠지면서 등장한 용어입니다. '황두두'는 그동안 중국 사회 '3대악(惡)'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황두두' 척결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처형시키고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주춤했다 독버섯처럼 다시 자라났습니다. '황두두'의 근절 없이는 선진 사회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시진핑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강력한 처벌에 나섰습니다. 올초 중국 광둥성 둥관시 일대 유흥업소를 단속해 업주와 매춘 여성 약 1,000명을 적발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둥관시 공안국장, 당서기 등 주요 간부를 모두 파면시켰습니다.

 성매매, 도박, 마약 이 3가지에 관련된 범법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유독 처벌 강도가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축첩'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1949년 사회주의 '신중국'이 건설됐지만 수천년간 내려온 풍속은 다른 모습으로 변종됐습니다. 이른바 '얼나이'(부유한 남자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정기적으로 성접대를 하는 여자)가 그것입니다.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막강한 실력자였던 '저우융캉'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국영 CCTV 아나운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최근 보도도 이런 풍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남성 중심적이고 퇴폐적인 사회 분위기속에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 매춘 사업입니다. 매춘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불법 이익과 이에 종사하는 여성이 몇천만명이나 되는지 중국 당국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중국 매춘사업의 배후에는 대개 조직 폭력 세력이 있는 것도 사회적 문제입니다.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색계> 도입 부분을 보면 유한부인들이 도박(마작)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중국의 스포츠 도박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축구에 관련된 승부 조작 사건 뒤에는 전부 불법 도박 세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마약에 대한 엄벌은 <아편전쟁>(1840-42년)의 아픔에서 비롯됐습니다. 중국인들은 중국 현대사 '100년의 치욕'이 바로 이 전쟁에서 시작됐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또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마약 문제가 없어지기는커녕 더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쉼없이 벌일 수 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황두두'에는 중국의 과거와 오늘의 자화상이 모두 투영돼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수십년 동안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쉽게 근절되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 사회의 최대 고질병중의 고질병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은 다른 말은 몰라도 '황두두' 세 글자만은 꼭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권종오 기자 기자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