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음모 혐의도 무죄로 판단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12일 예정된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에서 법무부와 진보당 양측의 논리상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RO의 실체를 인정한 1심 선고 이후 사실상 RO가 실재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정당해산의 변론을 진행해왔다.
북한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삼은 RO가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내란 음모를 꾸며왔고, 진보당이 이런 RO의 활동을 옹호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RO의 활동이 사실상 당차원의 활동이어서 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반면 진보당 측은 그간 변론 과정에서 RO는 실체가 없고, 국정원과 검찰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반박해왔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은 겉으로만 보면 진보당의 이런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이 다소 유리해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RO라는 조직의 존재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이석기 의원을 정점으로 한 특정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RO를 조직으로 인정하면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것에 해당하고, 이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데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RO가 존재하고 피고인들을 비롯한 130여명이 RO의 구성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입증이 부족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이런 판단에 따라 앞으로 법무부가 어떤 식으로 논리를 구성해나갈 것인지가 정당해산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내란선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가 난 점도 법무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가기간시설파괴 등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내란음모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 방법 등을 합의하지는 않았는데 이것만으로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헌재 관계자는 "형사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법률적으로는 헌재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석기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는 이번 선고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항소심 판결이 진보당 해산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형사사건과 헌재의 사건은 심판 대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란음모 사건의 수사·재판기록이 헌재 정당해산사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법무부와 진보당이 어떤 식으로든 변론전략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