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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풍자 그림' 논란…체면 구긴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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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설 20주년을 맞아 "'광주 정신'을 세계로 발신한다"던 광주비엔날레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의 설치를 유보하면서 시작 전부터 체면을 구기게 됐다.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20주년을 맞아 본행사 개막(9월5일)을 한달 가량 앞둔 8일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를 먼저 선보였다.

독일 여류화가 케테 콜비츠를 비롯해 14개국 47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와 강연, 퍼포먼스로 구성된 프로젝트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아픈 역사를 가진 광주의 정신을 단지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가치화해서 공유해보자는 취지"라며 "1980년 광주를 시발점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회·정치적 변화를 조망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일구는 문화 행동"이라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광주 정신'을 바탕으로 치유를 시도한다던 광주비엔날레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또다른 갈등을 야기하게 됐다.

민중작가 홍성담이 선보인 걸개그림 '세월오월'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대표작'격인 걸개그림을 맡은 작가 홍성담은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작품에서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이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80년 5월 광주정신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취지에서다.

그림의 중심인 세월호 장면 주변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그림을 비롯해 로봇 물고기가 돼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윤창중 전 대변인과 낙마한 문창극 총리 전 후보자의 얼굴 등이 등장한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림 일부 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걸개그림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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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홍성담 작가를 비롯해 예술인들의 반발이 확산됐다.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국가 권력이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군사 독재정권의 권위적인 시대에나 자행된 폭력"이라며 원본 그대로 전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장현 광주시장은 "전시 여부는 광주시가 아닌 광주비엔날레재단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개막 당일 기자들과 만나 "'광주 정신'을 승화해 미래 지향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작가에게 주문했는데 주제에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세월호 장면은 이번 주제와 맞아떨어졌지만 박 대통령을 풍자한 부분 때문에 주객이 전도될 우려가 있어 작가에게 수정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결국 개막 당일 허수아비로 표현된 박 대통령의 모습 위에 '억압받는 민중을 상징하는' 닭 그림을 붙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급장을 가린 수정본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측은 이날 장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개막식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던 해당 걸개그림의 설치를 유보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전시 기획자인 윤범모 씨 등 4명의 큐레이터들이 7∼8일 두차례에 걸쳐 걸개그림 설치 여부와 관련한 회의를 가졌으나 큐레이터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작품 설치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걸개그림 제작에 참여한 지역 작가들과 시민 50여명은 개막식이 예정된 광주시립미술관 앞에서 가로 30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프린트 작품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항의했다.

작품 설치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이날 오후 7시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식은 30분 가량 지연됐고, 그나마도 예정됐던 개막 선언과 내빈 축하인사 등은 모두 없애고 국악공연만 5분 가량 진행되는 등 파행이 잇따랐다.

홍성담은 "광주시가 요구한 대로 그림을 수정했고, 오브제의 의미로 고친 그림을 붙였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가장 자유롭고 맑고 투명해야 할 예술가들이 사전 검열을 받으면 정신이 멍들고 진정한 예술가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 본 미술계 한 관계자는 "작가가 수정본까지 제출했는데도 광주비엔날레가 설치를 유보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며 "이 때문에 전시에 출품된 다른 좋은 작품들이 묻힐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이 정도 수위의 정치 풍자 그림을 전시하지 못하면서 무슨 '광주 정신'을 논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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