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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한국의 '삶의 질'은 세계 몇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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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국내 언론들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료를 인용해 2013년 현재 한국인의 '삶의 질'이 세계 15위라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모든 언론들은 삶의 질의 순위가 2012년 보다 3계단 떨어졌다는 데만 주목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아주 상위권에 속하는 삶의 질을 누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우리의 삶의 질이 그 정도로 높다고 보십니까?

같은 자료를 보겠습니다. 전 세계 187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것인데, 1위 노르웨이에 이어 호주, 스위스, 네덜란드, 미국, 독일, 뉴질랜드, 캐나다, 싱가포르, 덴마크 순으로 나와 있습니다. 10위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됩니다.

우리 주변을 볼까요? 11위 아일랜드, 12위 스웨덴, 13위 아이슬란드, 14위가 영국입니다. 공동 15위가 한국과 홍콩입니다. 일본 17위, 리히텐슈타인 18위, 이스라엘 19위, 20위 프랑스 순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 밑으로도 대단합니다. 공동 21위에 벨기에,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24위 핀란드, 25위 슬로베니아, 26위 이탈리아, 27위 스페인, 28위 체코, 29위 그리스, 30위 브루나이 순입니다.

그 밖의 주요국을 보면 러시아가 57위, 브라질 79위, 중국 91위, 인도 135위로 평가됐습니다. 하위권은 주로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했습니다. 187위 니제르, 186위 민주 콩고, 185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184위 차드, 183위 시에라리온, 182위 에리트레아, 181위 부르키나 파소, 180위 브룬디입니다. 북한은 조사에서 제외됐습니다. 

조금 이상한 면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의 삶의 질이 높다는 소식은 분명 좋은 소식이기는 한데 그대로 공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과연 우리의 삶의 질이 서유럽 국가의 그것과 비교해 더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파리에서 3년간 주재한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분명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해외 생활을 한 많은 이들이 해외 생활의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 바로 높은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프랑스나 벨기에, 룩셈부르크 보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높다? 어떤 근거에서 나왔을까요? 삶의 질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겠지만 UNDP의 잣대는 크게 3가지입니다. 기대 수명, 교육 기간, 개인 소득이 그것입니다. 한국은 기대 수명 81.5세, 평균 수학 기간 11.8년, 기대 수학 연한 17년, 개인소득(GNI) 30,345$, 종합해서 인간개발지수(HDI) 0.888을 얻어 15위에 위치했다는 것입니다. 1위 노르웨이가 0.943, 그리고 인간개발이 아주 높은 정도에 속한 49개국 중 마지막인 아르헨티나의 지수가 0.806로 나와 있습니다.

UNDP는 HDI 지수를 기준으로 크게 4가지 분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인간개발이 아주 높은 정도 49개국, 높은 정도 53개국, 중간 정도 42개국, 낮은 정도 43개국입니다. 그러면서 같은 분류 안에서는 언제든 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2012년 보다 3단계 떨어졌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보았듯이 HDI 지수는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질의 일부분을 계량화해서 나타낸 것입니다. 한국의 기대 수명이 높은 것은 이미 상식이고, 교육열도 높은 한국으로서는 어쩌면 HDI 평가에서 상위에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이 우리 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바로 교육 부분입니다. 평균 수학 기간 11.5년, 기대 수학 연한 15.3년입니다. 그래서 기대 수명이 83.6세로 세계 최장인 데다 GNI도 36,747$로 앞서는 데도 우리 밑에 위치했습니다.

물론 삶의 질을 따지는 데 오래 살고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지요. 그래도 뭔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OECD는 매년 '행복 지수'를 발표합니다. 물론 순위를 발표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에서 2012년에는 26위였는데, 2013년에는 27, 8위 쯤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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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순위가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행복 지수를 평가하는 잣대를 보면 HDI 지수와는 조금 다릅니다.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 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이 평가 대상입니다. 한국은 교육과 일자리, 치안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주거 환경, 환경,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 생활 분야에서는 낮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OECD의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우리의 위치가 좀더 분명해 집니다. 룩셈부르크,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영국,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미국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2013년 기준. 물론 순위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자료가 현실을 더 반영하는 것 아닐까요?

인간의 삶의 질을 따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순히 행복을 느낀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또 다른 평가가 나옵니다. 중남미 국가 국민들의 행복감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낙천적인 성격이 그 배경이라는데, 이런 면도 인간의 삶의 질의 한 측면일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을 아예 배제한다면 행복감이 충만한 삶이야말로 축복받은 삶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 여러 가지 참혹한 일을 겪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윤 일병의 참혹한 죽음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터지는 사회에서 삶의 질 운운하기가 부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인권이라든가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문제는 모두 삶의 질을 따지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서 과연 우리 자신들에게, 또 우리 후대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작은 인간에 대한 존중입니다.

우리 사회, 세계 15위의 삶의 질을 누린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 나라라는 자각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무시되는 사회에서 삶의 질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되돌아 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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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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