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자와 접촉하거나 혈액, 체액, 주사바늘 공유 등에 의해 감염되는데 감염될 경우 증상이 나타난 지 7~10일 안에 사망하는 비율이 50~9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다(질병관리본부, 2014).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그리고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에서 최빈국 순위를 다툴 정도로 가난한 나라들이다. 위키피디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이 2011년 조사한 1인당 국내 총 생산량을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최빈국 순위(World's poorest countries)를 보면 콩고민주공화국이 1위, 라이베리아가 2위, 시에라리온은 8위, 기니는 13위다.
가뭄이나 폭염, 홍수, 한파 같은 기상재해는 어려운 사람에게는 더욱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엘니뇨는 단순히 적도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뜨거워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적도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면 해양뿐 아니라 대기에 영향을 줘서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1918년은 20세기 인류의 대참사로 기록된 이른바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한 시기다. 1918년 3월부터 1920년 6월까지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적게는 2천 5백만 명에서 많게는 1억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만 1천 7백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 A&M 대학과 콜로라도대학, 메릴랜드대학, 국립해양대기국(NOAA) 공동 연구팀은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으로 인해 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엘니뇨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Giese et al., 2010).
연구팀은 1900년대 전반기 해안가를 중심으로 관측한 해수면 온도 자료와 대기 관측 자료, 자료동화(Data Assimilation) 방법으로 만든 대기 재분석 자료, 그리고 해양 모형(model) 등을 이용해 1958년부터 1908년까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으로 엘니뇨 발생의 기준이 되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를 재구성 했다. 연구 결과 1918/19년에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1918/19년 발생한 엘니뇨가 20세기 가장 강력한 엘니뇨로 기록된 1982/83년, 1997/98년 엘니뇨 못지않게 강력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1918/19년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편차가 1982/83년, 1997/98년 엘니뇨 발생 때와 유사한 크기의 양(+)의 피크 값을 보여준다(그림 참조, Giese et al., 2010).
< 그림 설명 : 엘니뇨 발생 기준 해역(Nino 3.4)의 해수면 온도 편차 >
1918년 당시 인도에서는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이었던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 몬순이 약해지면서 인도에 가뭄이 나타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구팀은 특히 1918년 대서양 지역에서의 허리케인 활동이 적었던 것도 당시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대서양에서의 허리케인 활동은 크게 줄어든다.
연구팀은 1918년 당시 인도에서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식량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됐고 이처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자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엘니뇨는 결과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 재앙은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의 피해를 증폭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2차적으로 사회· 경제적인 재앙을 증폭시킬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이던 때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황이 크게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엘니뇨로 인한 기상 이변은 어려운 사람, 어려운 국가에게는 매우 가혹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 이변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확산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사람, 어려운 국가에 가혹한 재앙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문헌>
* 홍주은, 최연화, 2014 : 에볼라 출혈열과 백신개발 현황, 질병관리본부
* Giese, Benjamin S., Niall C. Slowey, Sulagna Ray, Gilbert P. Compo, Prashant D. Sardeshmukh, James A. Carton, Jeffrey S. Whitaker, 2010: The 1918/19 El Niño. Bull. Amer. Meteor. Soc., 91, 177–183.
* Keith Randall, 2010 : Oceanographer Shows Possible Link Between 1918 El Niño and Flu Pandemic, Texas A&M University.
* NOAA, New Look at 1918/1919 El Niño Suggests Link to Flu Pandemic.
( http://www.elnino.noaa.gov/pandemic_1918_191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