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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드러내놓고 추모하지 못하는 독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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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이한 독일 사회에서 침략자라는 죄의식 때문에 전몰자를 드러내놓고 추모하거나 기리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FT는 1차대전 당시 서부 전선이 형성돼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벨기에 각지의 독일군 전몰자 묘지를 예로 들면서 이들 묘지를 찾는 독일인 방문객은 벨기에와 영국, 프랑스인 방문객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고 말했다.

가장 잘 알려진 랑게마르크 독일군 전몰자 묘지의 기록을 살펴보면 연간 18만5천명의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영국인이며 독일인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독일군 병사들의 무덤에 놓인 양귀비꽃 조화에서 개인적인 추모의 흔적을 겨우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종이로 만든 양귀비꽃은 영국의 학생 방문단이 두고간 것으로, "우리는 모든 망자를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붙어있었다.

FT는 지난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영국과 프랑스처럼 독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곤 했으나 2차대전이 터지면서 1차 대전에 독일인들의 기억을 사실상 지워버렸다고 지적했다.

랑게마르크 표지에서 마주친 독일인 안드레아스 야머스(68)은 "아마도 독일인들은 나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45년에 태어난 탓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우리 역사는 그 후로 아주 정상적이 됐지만 우리가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많은 독일인들을 나치즘에 대한 책임,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잊으려고 했지만 전쟁 세대는 자식과 손자 세대로부터 동정을 받지 못한 채 유대인 학살과 같은 괴로운 질문들에 마주쳤다.

FT는 독일군 전몰자 묘지는 정부 지원금과 기부금을 통해 잘 관리되고 있지만 추모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면서 독일 정치인들이 독일의 죄를 축소하려 한다는 비난에 노출되지 않고서 독일의 전몰자를 거론하기란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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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전쟁묘지위원회의 마르쿠스 메켈 위원장은 "우리는 1차대전에 대한 국가적 추모가 없다"며 "조부나 증조부의 1차대전 당시 편지나 사진을 간직하는 것과 같은 전통에 관심을 갖는 가족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1차대전 전문가인 역사학자 게르트 크루마이히는 "침략자라는 오명 때문에 독일은 다른 국가들처럼 전사한 영웅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없었고 존경과 추모를 통해 일종의 사회적 상처 치유도 진행할 수 없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독일 정부가 국민이 아닌, 영국과 프랑스의 요청에 의해 행동을 취한 감이 짙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1차대전 발발 100주년 행사는 1차대전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외무부는 100주년에 즈음해 일련의 기념 행사를 마련했고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벨기에 몽스에 있는 영-독 전몰자 공동묘지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1차대전 발발과 관련해 호주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가 쓴 책 '몽유병자들'이 독일에서 7주 연속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유럽이 전쟁에 휩쓸려 들어간 것을 어느 한 국가의 특별한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주장이 담겼다.

FT는 그러나 독일의 추모 분위기는 여전히 억제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베를린에 있는 독일역사박물관에 선보인 1차대전 전시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탱크와 야포가 아니라 야전 취사장이었다.

기록물이 많기는 하지만 전몰자 가족사를 되살리거나 신세대들에게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을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할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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