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살아있는 세계역사 교과서임에도 미국 교실에서 점점 더 잊혀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앉아있을 수 없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으로 미국 조지아주 고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서맨사 프레이저(31)의 표정에는 강한 안타까움이 묻어났습니다.
동서냉전의 상징적 대결무대이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숭고한 투쟁으로 평가받던 한국전쟁이 점점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 되어가는 현실을 교육현장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객관적인 통계자료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서맨사 프레이저와 같은 참전용사 후손이면서 미국사를 가르치는 캐슬린 릭커(43)는 지난 1년간 미국내 10개 역사교과서를 대상으로 한국전쟁이 어떤 비중으로 다뤄졌는지를 일일이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또다른 현대전인 베트남 전쟁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사 교과서는 베트남전의 32%에 그쳤고, 미국사 교과서는 38%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대학교 교양과목 학력인정 시험인 AP 교재로 채택된 세계사 교과서를 조사해보면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단어수는 1천500자로 한국전쟁(500자)보다 세배 많았습니다.
도표와 그림도 세배 이상이었고 지도와 연대기표도 두배에 달했습니다.
한국전쟁을 가장 많이 기술한 세계사 교과서는 '로카드'(Lockard's societies, networks, and transitions)였고, 반대로 가장 적게 담은 교과서는 '스트레이어'(strayer's ways of the world)였습니다.
특히 스트레이어는 1950년 전쟁이 발발했고 남북간 대치를 거쳐 분단이 됐다는 간략한 정보만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맨사는 28일(현지시간) "한국전쟁은 냉전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며 "정치·외교적인 가치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전쟁에 얽힌 휴먼 스토리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한마디로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일례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공산주의가 더이상 팽창하지 못하도록 결단을 내렸던 순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전쟁기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냐, 마느냐를 고심했던 사실이나 그 같은 핵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전쟁을 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던 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맨사는 이어 "그럼에도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 또는 '잊혀진 승리'로 귀결되면서 미국 역사교과서 대부분은 한 두 문단에 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은 미국 역사교과서 내에서 한국전쟁 관련 기술을 확대하기 위한 청원운동을 적극 전개할 방침입니다.
무엇보다도 교과서 제작회사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노력을 기울이는 한편으로 자치정부를 상대로 한국전이 많이 기술된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서맨사는 "교과서는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원천자료"라며 "한국전쟁을 더 많이 기술하는 교과서들을 사용하도록 적극 요청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